<큐컷>블랙코미디 된 '일요일 밤에' - 무리한 교통법규 지키기 기획 눈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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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MBC-TV'일요일 일요일 밤에'의'이경규가 간다'.

'숨은 양심 찾기'로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이 코너는 최근 두차례에 걸친 정지선 지키기를 통해 우리 모두의 치부를 보여줬다.냉장고를 상품으로 내걸었으나 실패로 끝난 왕복 14차선 도로에서의 횡단보도 정지선 지키기.

냉장고를 타기 위해 차선을 급변경해 같은 길을 돌고 또 도는 운전자의 모습은 차라리 애교스러웠다.골목길에 차를 세워둔채 작전회의를 하는 7명의 운전자.회의 덕에 동시에 정지선에 멈췄으나 반대편에 고개를 내민 차 한 대 때문에 실패

한 후 이들의 반응이라니….누가 이들을'시대의 양심'이라고 생각할까.

냉장고 하나로 양심을 진단한다는 비난이 일자 2차로 진행된 공개양심 찾기에는 아예 냉장고를 불우이웃에게 선물한다는 전제로 시작했다.하지만 여기서도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진 것은 마찬가지.

봉고차에 업체명을 크게 써붙이고 계속 도는 운전자.이 사람이 예정에 없이 이경규에게 내놓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광고비로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이 코너를 보며 처음엔 정지선 지키기가 냉장고를 위한 내깃거리이자 웃음거리로 전

락한데 대해 불쾌감을 느꼈다.그러나 운전자들의 추태는 결국 우리들의 자화상이라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정지선 지키기가 양심의 척도는 아니다.그러나'공개적'으로'양심을 찾는'아이러니를 연출해도 정지선 하나 못 지키는 우리,시민의식의 인위적인 성숙을 기대하는 순진한(?) 제작진 모두가 웃지 못할 블랙코미디를 만들어낸 배우이자 연

출자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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