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특혜 새사실 - 한이헌.이석채 수석 개입후 4개은행 6,900억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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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7일 열린 한보사건 첫 공판에서 한보철강에 대한 거액 대출과정에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들이 대출 압력을 행사한 사실(본지 3월17일자 1면 보도)이 밝혀지는등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다.

이날 공판을 통해 추가로 드러난 사실들을 정리해 본다.

◇한이헌(韓利憲)전수석 개입=95년6월 홍인길(洪仁吉)피고인으로부터“허허벌판에 말뚝 꽂았을 때는 돈주고(대출해주고)공장 다지어가니 돈 안주는 것은 모순 아이가(아닌가)”는 전화를 받았다.또 같은 해 11월 洪피고인으로부터 “한보그

룹에서 찾아왔는데 회사 자금사정이 딱한 것 같으니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라”는 전화를 받고 한보 정보근(鄭譜根)회장을 소개받았다.

韓씨 개입 직후인 95월8월 한국산업은행이 2천7백억원을,95년11월엔 제일은행이 2천억원을 각각 한보철강에 대출해줬다.

검찰은 韓씨가 청탁을 받고 압력을 행사한 사실은 드러났으나 금품수수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그러나 은행장들까지 일일이 챙겼던 한보그룹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이 유독 경제수석에게는'인사'를 하지 않았다는게 이상하다.

◇이석채(李錫采)전수석 개입=96년11월말에서 12월초 사이 洪피고인으로부터“조흥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도록 한보그룹을 잘 봐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같은 해 12월에도 같은 취지의 부탁이 있었다.이 과정에서 96년12월3일 조흥은행

은 1천억원을,97년1월8일 제일은행등 4개 채권은행단은 1천2백억원을 각각 한보철강에 대출해줬다.

이석채 당시 수석은 洪피고인으로부터 청탁받은 사실을 부인했으나 검찰은 은행장들이 이를 시인했다고 밝혀 양측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박태영(朴泰榮)의원과'4인방'=정태수피고인은 법정에서“95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민회의 박태영의원이 한보측에 자료를 요구,정재철(鄭在哲).권노갑(權魯甲)피고인을 통해 무마를 부탁했다”면서“이후 朴의원이 국감에서 질의를 했다는 소

식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정태수피고인은 또“96년 국감에서도 국민회의 소속 의원 4명이 자료를 요구했다는 보고를 받고'4인방'의 명단을 메모한 뒤 정재철피고인을 통해 權피고인에게 무마를 부탁했으며 이후'4인방'의 국감 질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

다.

정태수피고인은 그러나'4인방'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아 그들이 누구며 權피고인등을 통해 금품을 전달받았는지 여부가 궁금증으로 남는다.

◇기타=한보 정보근회장은 전직 대통령비자금 사건으로 부친인 정태수피고인이 구속되자 洪피고인과 한이헌 당시 경제수석을 직접 만나는등 로비역을 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성만 전 증권거래소 고문은 96년 봄 정태수피고인과 함께 김시형(金時衡)당시 산업은행총재를 직접 만나는등 산은 대출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가 검찰신문을 통해 불거졌으나 정태수피고인은 이를 부인했다.

이밖에 홍인길.정태수피고인을 연결시켜준'고리'는 90년부터 같은 아파트에 살며 경영 관련 법률자문을 해주며 알게 된 민주계 원로인 김명윤(金命潤.현 신한국당 고문)의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권영민 기자〉

<사진설명>

한보非理 법정 이송

17일 오전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을 비롯한 한보사건 관련 피고인을 태운

호송버스가 첫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지방법원 구치감으로 들어가고

있다.교정당국은 이날 관례와 달리 피고인에 대한 일체의 사진취재를

불허했다. 〈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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