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을 두텁게] 해법 4. 성장동력 지금 키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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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갉아먹던 공기업의 민영화를 밀어붙였다. 탄광노조 같은 기존 세력의 저항이 컸다. 하지만 대처는 “이 길밖에 없다”며 고집스럽게 밀고 나갔다. 통신·가스·철도·항공을 민영화한 결과 비용이 30% 절감되고 노동생산성은 19% 증가했다. 물가상승률은 86년에 3%로 떨어졌다. 영국은 대처 집권 후반기인 80년대 말부터 살아나 중산층이 두꺼운 선진 국가로 재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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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는 반드시 기회가 있다.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지금이 거꾸로 생각하면 기회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위기에서 회복돼 경제가 한 단계 더 성장하고 강한 체질이 되려면 어려울 때일수록 성장동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22일 2011년까지 250만 개 일자리를 만드는 경기부양책을 밝혔다. 여기에는 교육과 재생에너지,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가 포함돼 있다. 오바마는 “무조건 돈을 쏟아붓지 않고, 경쟁력을 개선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울 산업에 집중적으로 밑거름을 주겠다는 뜻이다.

일본은 90년대 불황에 빠졌을 때 성장동력 육성을 뒤로 한 채 인프라 건설에 돈을 퍼부었다가 장기 침체를 경험했다. 하지만 이번 위기 때는 다르다. 올 하반기 세 차례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미래 성장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 혁신기술에 대거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우리도 서비스 산업·녹색성장 산업처럼 미래 먹거리를 키울 수 있는 성장동력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서비스 산업은 경제를 이끄는 엔진이지만 한국은 여전히 부진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국에서 서비스 산업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82.6%(95년 이후 연평균)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은 52.6%에 그친다. 한국에서 서비스산업 취업자 증가수는 지난해 4분기만 해도 39만 명이었으나 올 2분기에는 28만6000명으로 줄었다. 유 상무는 “금융·의료·교육 같은 지식 서비스 산업은 고용 효과도 커 지금 같은 위기 때 육성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녹색산업도 미래의 큰 먹거리다. 태양전지·무공해 석탄에너지·연료전지 같은 에너지 환경 산업은 향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클 수 있다. 산학연으로 구성된 신성장동력기획단의 이재규(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에너지 환경 분야를 포함해 총 22개 분야의 신성장 동력을 키우면 2013년까지 88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위기가 몰아치면서 미래의 먹거리 발굴은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다. 산업연구원 김휘석 주력산업실장은 “어렵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성장동력을 키워야만 새벽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윤·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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