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패션 디자이너 에이미 조(32)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트렌치 코트는 이제 사계절 아이템이 됐다”며 “두터운 모직 코트 대신 가벼운 트렌치 코트를 잘 활용하면 겨울철 멋쟁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9년도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차 방한한 그에게 ‘트렌치 코트 멋지게 소화하는 법’을 배웠다.
그의 트렌치 코트는 ‘악마’도 사로 잡았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주인공인 패션잡지 ‘보그’ 미국판의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도 입었다. 뉴욕의 최고급 백화점인 ‘버그도프 굿먼’과 ‘헨리 벤델’도 그의 옷을 추천했고 올 연말엔 뉴욕 타임스도 두 번씩이나 그의 브랜드 ‘그리폰’의 외투를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렌치코트가 에이미 조의 대표 작품”(2월 7일자 보도)이라고 평했다.
그는 틀에 박힌 모양 일색이던 트렌치 코트에 새로운 장식을 섞은 벨트를 더해 재미있게 풀어냈다. 가짜 모피를 트렌치 코트의 소매 끝이나 헴라인(옷을 재단하고 끝을 공그른 것)에 달아 색다른 분위기로 변신시켜 인기를 얻었다. 올 겨울, 당신에게 어울릴 만한 트렌치 코트가 무엇인지 에이미 조와 함께 찾아보자. 에이미 조는 전통적인 실루엣의 트렌치 코트(클래식), 전체 실루엣에 변화를 시도한 것(셰이프), 유행 경향에 맞춘 것(트렌드)의 세 가지로 나눠 스타일을 제안했다.
강승민 기자
특이한 벨트로 멋 낸 ‘클래식’
브랜드를 막론하고 비슷한 트렌치 코트가 지겹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에이미 조가 권하는 옷 입기 방법의 첫째는 특이한 벨트로 멋 내기다. 대개 트렌치 코트의 벨트는 코트와 같은 색깔·소재로 이뤄졌다. 여기에 벨트 하나만 바꿔줘도 다른 옷처럼 보인다. 금빛 벨트로 포인트를 줘도 좋고 실크 스카프를 벨트 대신 매도 된다. 과감하게 도발해 볼 요량이라면 트렌치 코트의 소재와 대비되게 튀는 소재를 택하고 소극적인 도전일 경우엔 비슷한 색깔에 다른 소재 벨트 정도면 된다.
에이미 조는 “클래식 트렌치 코트만큼 무난한 아이템도 없다. 정장 차림에도 좋고 캐주얼 차림에도 그만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사람은 새로운 패션을 시도하지 못한다. 벨트처럼 작은 것 하나로 변화를 경험해 보라”고 권했다.
키 작은 사람에 맞는 ‘셰이프’
키 작은 사람에게만 짧은 길이의 트렌치 코트가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키가 큰 사람은 이런 트렌치 코트를 블레이저와 비슷한 느낌으로 입을 수도 있다.
옆에서 봤을 때 헴라인을 비스듬하게 처리한 것은 ‘하체 비만형’ 여성에게 어울린다. 걸을 때 코트 아래로 드러나는 다리의 옆 모습이 사선으로 끊어진다. 통통한 ‘무 다리’도 비교적 날씬하게 보이는 효과가 생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홑단추로 여밈 처리돼 있는 트렌치 코트는 몸매에 자신 있는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더블 브레스티드’보다 몸에 밀착되는 편이어서다. 이런 형태의 밝은 색 트렌치 코트와 짙은 색 나팔 바지를 함께 입으면 색다른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 챙 넓은 모자 하나만 곁들이면 나들이 차림으로 제격이다.
깃·목도리로 변화 준 ‘트렌드’
에이미 조가 트렌치 코트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또 다른 형태는 코트 가장자리를 비즈(염주알처럼 작은 구슬로 의복에 장식으로 꿰어 쓰는 것)나 시퀸(주로 여성용 옷에 장식으로 쓰이는 작은 금속 조각. 아주 작은 단추처럼 생긴 것을 실로 엮어 장식한다)으로 멋을 낸 것이다. 평범한 트렌치 코트도 한번에 변신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손재주가 있다면 직접 비즈·시퀸으로 작업해 다른 옷을 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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