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대운하” “공사가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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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명필(인하대 교수) 한국수자원학회장은 “정부가 밝힌 계획은 대운하와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차이는 굴착 방식이다. 하천 정비 사업은 강 바깥쪽을 조금씩 넓게 파지만, 운하는 강 중심부를 깊게 판다. 화물선이 다니려면 수심이 적어도 6m는 돼야 하기 때문이다. 낙동강과 한강을 잇기 위한 인공수로나 터널도 하천 정비 계획에는 없다. 또 정비 사업에는 4개의 보(洑)가 포함됐는데 모두 2.5m 이하다. 가뭄 때 물을 가두는 소규모 보로, 선박 운항을 위해 물을 가두는 대규모 보와는 다르다.

권진봉 국토해양부 건설수자원실장은 “사업비 14조원 가운데 낙동강·한강 몫은 10조원”이라며 “댐·저수지를 제외하고 하천 정비에 직접 사용되는 것은 4조원으로 경부운하 공사비의 25%”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천 정비를 해두면 대운하를 하는 데 보다 용이한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제방을 보강하면 수로로 활용할 수 있고, 농업용 저수지는 운하 용수 공급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심과 불신을 키운 것은 정부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관훈토론회에서 “치수사업을 다 해놓고 대다수 국민이 (운하로) 연결하기를 원한다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대운하는 취소가 아니라 중단”이라고 밝혀 정부가 운하에 미련이 있는 듯한 인상을 줬다. 게다가 국토부는 15일 14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방안은 내년 5월에 내놓겠다고 밝혀 논란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투명한 추진’을 주문했다. 홍종호 한양대 교수는 “대통령이 운하를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사업 계획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공공정책실장은 “경기 부양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시급하다”며 “예단을 갖고 의심하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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