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우주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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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908년 6월30일 새벽 중앙 시베리아 지역의 하늘에 갑자기 거대한 불덩어리가 나타나더니 아주 빠른 속도로 상공을 가로질러 갔다.이 불덩어리는 잠시후 지상에 부딪히면서 대폭발을 일으켰다.순식간에 2천평방㎞에 달하는 거대한 땅이

폐허로 변했고,대기속에서 충격파가 발생해 그 자장(磁場)은 지구를 두바퀴나 돌았다.그 지역은 미개한 퉁구스족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제정(帝政)러시아 정부는 그 까닭을 조사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조사단이 구성돼 그 원인을 밝혀내고,그 때의 일을'퉁구스의 대폭발'로 명명한 것은 그로부터 20년 뒤의 일이었다.혜성(彗星)의 조각이 지구와 충돌했다는 것이었다.태양 주위에는 얼음과 바위와 유기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눈덩이가 모여

둥근 공 모양으로 돌고 있는데 그 눈덩이가 바로 혜성의 핵이다.연구결과에 따르면 당시 시베리아에 충돌한 혜성의 조각은 지름이 약 1백,무게가 1백만에 달하는 얼음조각이었는데 초속 30㎞로 날고 있었다는 것이다.그 충돌로 1메가의 핵

폭발과 똑같은 버섯구름이 생긴다고 하니 엄청났을 법하다.

주목할만한 것은 당시의 폭발로 인간과 동.식물 등 많은 생명체가 희생되기는 했지만 그 장면은 가장 아름답고 웅장한 모습이었다는 점이다.천체과학자들은 우주를 형성하는 모든 요소들은 제각기 독특한 모양과 색깔을 자랑한다고 한다.저 혼

자만의 모습을 자랑하기도 하고 여럿이 조화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도 하기 때문에 은하계에는 수많은 종류의 별이 무려 4천억개나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그 별들은 모두 오묘한 질서를 유지하면서 밤하늘의 쇼를 연출해낸다는 것이다.

가령 해와 달과 지구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일식과 월식현상도 우주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조화 가운데 하나다.특히 20세기 마지막이라는 지난 일요일 아침의 개기일식에는 태양이 달에 의해 완전히 사라지고'링'만 남았을 때 그 가장자리로

헤일-봅 혜성이 길게 꼬리를 내리고 지나가는 기막힌 장면의 우주쇼가 목격됐다.우리가 사는 지구는 우주속의 영원한 미아(迷兒)일 수밖에 없으며,거기에 사는 우리는 한낱 먼지같은 존재에 불과하다.우주쇼가 인간에게 그런 깨달음 정도는 안

겨줄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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