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티나는 팬티장사 그거 장난 아닙니다' 주병진 사업記 책 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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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웃음과 경제의 상관관계를 쓰라는 경제학 시험문제가 주어졌다고 하자.수석을 하는 학생은 온갖 이론을 동원해 한편의 논문을 쓴다.그러나 꼴찌는 한참을 고민하다 자신의 친구 이름만 크게 써놓고 나온다.'주병진'이라고.나중에 F학점을 받은 꼴

찌는 억울해서 주병진을 찾아간다.그리고 그날로 학교를 그만두고 장사판을 벌인다.

꼴찌의 사업학점은 두고봐야 한다.그러나 적어도 논문을 쓴 수석보다는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게 주병진식 채점방식이다.왜냐고 물으면 주병진은“전혀 학구적이지 못한 내가 책을 쓸 생각을 하게된 이유가 바로 그 질문에 한마디로 답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지난 2일 출간된'주병진식 돈벌기-건방을 밑천으로 쏘주를 자산으로'(청아출판사)에는 웃음과 경제에 관한 그의 성공학이 특유의 개그체로 펼쳐져 있다.돈 5천만원을 들고 90년에 시작한 사업이 팬티장사.처음에 이

아이디어를 냈을때 주변 반응은“형,하고 많은 사업 놔두고 빤스가 뭐예요,빤스가….소셜 포지션(사회적 체면)도 있는데…('건방을…'중에서 인용)”였다.그러나 그의 생각은 달랐다.

“앞으로 붐이 일 것을 해야 돈번다는 생각을 했어요.고급 패션팬티가 꼭 그럴 것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목욕탕에 가보면 팬티들 참 촌스럽잖아요.거죽에는 그리 신경을 쓰면서 안보인다고 그렇게 마구 입어도 되나 싶었어요.”

시장조사를 해보니 국내 팬티업계는 3개사가 90%를 장악하고 있었다.이 독점시장을 그는 아이디어 기업이 크기에는 오히려 좋은 구조라고 판단했다.그의 생각은 옳았다.그가 설립한 ㈜좋은사람들의 직원은 현재 5백여명.지난해 매출액은 1천억원

,올해 목표는 1천6백억원이다.지난해부터는 캐주얼의류 사업에도 진출했다.올해 장외등록을 하고 내후년에는 상장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그의 성공비결은 아이디어다.개그맨으로 처음 나올 때의 반응은'저 얼굴로 웃기겠다니…'였다.그러나 그는'보면 볼수록 웃기는'정상의 위치에 올랐다.신문에 연재된 보디가드 광고도 개그인지 광고인지 구별이 안됐는데 그 효

과가 엄청났다.그는 연예인이 제조업을 해서 성공했다고 하니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점이 억울하다.자신의 성공은 아이디어와 인기로만 이룬게 아니잖은가.팬티사업을 하고 돈을 대기 위해 서울-안양-수원-평택으로 하루 4군데 밤무대를 뛰고

귀가하면 밤 3시가 넘었다.돈 아끼려고 직원들 회식도 사무실에서 하고,광고 카피도 자신이 직접 만들고,사장이 프라이드 타고 다니며 팬티 포장하는 일까지 직접했는데 그런 건 안 알아준다는 것이다.

그는 18평연립에 살다가 지난해 회사 근처의 가정집을 전세얻어 이사했다.초등학교 4학년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고생하며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서였다.이전에 살던 연립주택은 마포구청을 통해 알게된 소년가장에게 내주었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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