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내년 2% 성장” … 대담한 재정투자가 절실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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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2.0%의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올 4분기의 마이너스 성장에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혹독한 경기침체를 경험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가 날개 없이 수직 추락한다는 진단이다. 2% 성장이라면 내년 신규 취업자는 올해 14만 명보다 훨씬 적은 4만 명에 그친다.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우리 성장률도 더 낮아질 것”이라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열어 놓았다. 미국 의회가 빅3 지원 법안을 부결하면서 다시 한번 경제위기 쓰나미가 태평양을 건너올 조짐이다. 내년에는 최악의 상황까지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그제 한은이 파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이런 위기의식 때문이다. 세계 수출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수출 확대를 통한 위기 극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가계는 676조원의 빚에 짓눌려 있고 기업의 설비투자는 늘어날 기미가 없다. 이제 남은 수단은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이다. 과감한 재정투자만이 불황을 이겨낼 유일한 해결책이다. 내년 예산안 283조원은 4%대 성장률에 맞춰 잡은 것이다. 성장률이 2%로 곤두박질할 경우 당장 20조~30조원 규모의 추가예산을 짤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성장동력을 유지하고 사회안전망을 보강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어차피 위기가 닥쳐올 바에야 재정확대를 망설여선 안 된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에는 전대미문의 파격적인 대책을 동원해야 한다.

우리의 정부 부채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의 절반 수준이다. 이만큼 재정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게 다행이다. 구조조정의 칼바람에서 밀려나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대담하게 재정을 쏟아부어야 한다. 재정확대와 함께 한은도 경제 체력이 허용하는 한 추가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 지금은 유동성 함정이나 재정적자를 걱정할 단계가 아니다. 이런 금기들을 과감히 깨고 발상을 전환해야만 위기의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한은의 불길한 2% 성장 전망에서 곧 닥쳐올 절박한 위기를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