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渡江稅' 도입, 실명제 보완 추진- 강경식부총리 경제정책 구상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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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강경식(姜慶植)경제부총리가 취임벽두부터 메가톤급 정책구상을 거침없이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6일 취임식과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융실명제 보완을 비롯,토지.금융.정부조직.산업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개혁소신을 피력했다.

실무보고를 받은 뒤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의 생각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그러나 현정권이 1년도 남지 않아 얼마나 개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姜부총리는“정치에는 임기가 있지만 경제는 임기가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하지만 그 스스로도“대선을 앞두고 개혁이 얼마나 가능할지는 솔직히 의문”이라며“경제를 바로잡기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재경원 직원과 기자들에게 주문

했다.

◇금융실명제=姜부총리의 기본구상은 세제개혁을 통한 보완이다.평소 그의 소신으로 봐서 지하자금에 대해 과징금을 매기되 자금출처조사를 면제해주는 이른바 도강세(渡江稅)를 만들거나 무기명장기채권을 발행하는 방안들을 예상할 수 있다.신한

국당이 줄곧 주장해온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부부합산 4천만원) 상향조정도 가능한 방안으로 점쳐진다.

한편 사업.임대.금융등 모든 소득에 대해 똑같이 과세하는게 공평과세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따라서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부분적인 손질을 가하더라도 실시 자체를 연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姜부총리는“그동안 금융실명제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밖에서 들어왔다.실제로 문제가 있는지 조사해보고 처방을 내리겠다.구체적인 처방은 그 이후”라고 말했다.

◇토지=자칫 토지정책이 또 한차례 요동을 칠지도 모른다.한국 땅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 평소 姜부총리의 소신이다.전 국토를 사려면 국민총생산(GNP)의 5.4배에 달하는 돈이 필요한데 땅값이 비싸다는 일본이 3.4배,유럽과 미국

은 각 1배 미만에 그친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

각종 규제 때문에 못쓰는 땅이 너무 많고,따라서 규제를 풀면 토지공급이 늘어 땅값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姜부총리는 전 국토의 70%가 토지거래 허가를 받아야 거래할 수 있다며 땅값을 올린 주범은 복부인이 아니라 정부라고 지적한

다.땅값을 지금의 3분의1 수준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농지를 포함한 토지규제를 전면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린벨트 규제도 지역별 특성을 살리기 위해 지방정부에 일임하고,토지관련 세제도 거래가 원활히 되는 방향으로 개선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이렇게 해서 땅값이 일시적으로 올라도 땅 공급이 늘면 결국 땅값은 떨어질 것이라는게 姜부총리의

논리다.

◇금융=금융개혁이 더 앞당겨질 전망이다.姜부총리는 통화와 물가관리는 한국은행에 맡기고 금융감독 기능은 정부가 찾아와야 한다는 생각이다.82년 재무부장관시절에도 이를 추진했다가 한은의 반대로 무산된 것을 몹시 아쉬워하고 있다.그는“

그때 감독기능을 찾아왔으면 한보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장 낙후된 것이 정치와 금융이며 금융정책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는 그의 말에서 앞으로 정부가 금융기관 간섭을 줄이고,빅뱅식 금융개혁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한다.재경원을 규제의 산실이라고 밝혀 금융정책실을 비롯해 재경원 조

직의 대대적인 개편도 예상된다.

◇기타=정부 행정도 서비스며 최우선적인 개혁대상이라는게 그의 소신이다.예컨대 농림부는 농민이 고객이고,노동부는 근로자가 고객이라는 것이다.한보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근본적으로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이에 따른'신상

필벌'도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활동에도 공정한 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어서 공정거래를 강화하는 개혁이 예상된다.지금처럼 특정 대기업이 여러 회사를 수직적으로 계열화하는 것보다 작은 기업이 수평적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이 훨씬 좋다는 판단이다.21세기는 대기업보다

전문성있는 중소기업의 시대가 될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고현곤.정경민 기자〉

<사진설명>

6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취임식을 마친 강경식 부총리가 앞으로의

경제정책 운용방안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박순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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