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이라크 보도 반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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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뉴욕 타임스(NYT)가 26일 미국 주도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을 전후해 보도한 이라크 관련 기사에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는 내용의 자기비판성 사설을 게재했다.

다음은 사설의 주요 내용.

지난해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로 결정한 과정을 보도하면서 우리는 여러 정보를 검증하고 분석했다. 이 시기에 작성된 수백건의 기사를 재검토한 결과 자긍심을 가질 만큼 훌륭한 기사도 많았다. 그러나 좀더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한 기사가 적지 않았다.

몇몇 사례에서는 당시 논란이 됐었고, 지금은 의문시되고 있는 정보가 충분하게 걸러지지 않았으며 어떠한 문제 의식도 없이 기사화됐다. 이러한 기사들은 작성자에서부터 주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를 노린 이라크인 해외 추방자와 망명자들이 제공한 정보에 의존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해외 추방자들의 주장은 이라크 개입 필요성에 확신을 가진 부시 행정부 당국자들에 의해 확인됨으로써 우리를 포함해 많은 언론매체가 거짓 정보에 놀아난 셈이 됐다.

이러한 기사들이 작성.송고될 당시 비판론자들은 기자 개개인의 책임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지만 여러 단계의 편집자를 거치는 과정에서 걸러지지도 않았으며 특종기사를 앞다퉈 보도하는 데만 신경 썼다. 앞선 기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후속 기사가 묻혀버리고 어떤 경우에는 아예 후속보도마저 나오지도 않았다.

2001년 11월 8일자 1면 기사는 해외 망명자들을 인용,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훈련캠프이자 생물무기 생산공장으로 쓰인 이라크 내 비밀 캠프를 소개했지만 이들의 주장은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 20일자 1면에는 "자신을 토목공학자라고 밝힌 한 이라크인 망명자가 불과 1년 전까지도 우물.빌라와 바그다드 사담 후세인병원의 지하에 설치된 화생방무기 관련 비밀시설의 보수 공사를 맡았었다고 주장했다"는 기사를 실었지만 행정부와 함께 우리가 이 망명자로부터 결국 사기를 당했음을 후속 기사로 독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지난해 4월 21일자 1면에는 "10년 넘게 화학무기 프로그램에 관여했다고 주장한 한 이라크인 과학자가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 직전에야 생물.화학무기가 파괴됐다고 미군에 진술했다"는 기사가 실렸지만 이 소식통의 진실성을 추적하지 않았고 그의 주장을 검증하고자 시도한 바도 없었다.

정리=강찬호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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