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0일 회담 직후 숙소로 돌아가던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최대 쟁점인 시료 채취에 관해서는 중국이 검증 초안에서 직접 표현을 삭제하고 간접적 표현을 담은 절충안을 제시해 타협의 여지가 생겨났었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합의한 세 가지만으로도 과학적 검증은 충분하다”고 버텼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영원히 시료 채취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시점에선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시료 채취를 하는 것은 우리 핵 능력을 까발리는 주권과 국가 안보상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렸다. 핵 폐기 경험이 풍부한 러시아가 IAEA의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한 국제적 검증 및 사찰 기준과 노하우를 북핵 검증에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북한은 부정적인 입장으로 일관했다. 핵 검증을 시작하는 시기에 대해서도 핵 폐기 협상 시작 이후를 주장하는 북한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미·일 간에 이견이 노출됐다. 이 밖에 북한이 신고하지 않은 핵 관련 시설에 대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도 북한은 거부했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 복귀를 명기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북한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10월 초 힐 차관보의 방북 때 문서로 합의한 내용 이상을 요구하는 자세에 대해 북측 대표단이 반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6자회담 때마다 북한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역할을 해 온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10일자 베이징발 기사에서 에너지 지원과 검증 합의의 포괄적 연계방안을 제시한 남측 대표단을 ‘훼방꾼’으로 묘사하며 강력 비난한 것도 회담 분위기를 어둡게 했다.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11일 회담 속개를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이 이에 응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설령 회담이 소집되더라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베이징=예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