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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인천 김지연양, 병석 부모모시며 초등중퇴 6년만에 입학 영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학교를 다시 다닐 수 있게 해주신 각계 어른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병석의 부모를 모시는 억척 효녀로 지난해 인천시의 모범청소년대상을 수상했던 김지연(金智姸.16.본지 96년5월2일자 19면 보도)양이 3일 마침내 꿈에도 그리던'정식'고교생이 됐다.

이날 인일여고(교장 閔惠植)강당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말쑥한 교복차림의 金양은 주위의 쏟아지는 축하와 격려에 한없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병석의 어머니와 자신도 병을 앓으면서 어머니를 간병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순간 눈앞을 스쳤기 때문이다.

91년 어머니(55)가 중풍이 악화돼 말문이 막히고 전신마비로 전혀 거동조차 못하게 되고 아버지(56)마저 중병을 앓아 金양은 초등학교 3학년을 중퇴,아예 집안살림을 떠맡아 왔다.

게다가 치료비등으로 재산이 모두 사라져 집도 없이 교회에서 마련해준 단칸방에 살았다.

그럼에도 金양은 시간제 일자리를 찾아 생활비를 보태며 중입.고입검정고시를 차례로 합격한뒤 지난해 연합고사에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1차 지망교인 인일여고에 당당히 합격한 것.

지난해 金양의 갸륵하고 애틋한 사연이 알려지자 각지에서 온정이 날아들어 김문영(金文煐)경기섬유사장등이 지원금을 보내 생활비와 학비에 보태게 했다.

또 교회의 단칸방이 헐리게 되자 인천시와 남동구에서 선학시영임대아파트(14평)를 새 보금자리로 마련(본지 96년7월3일자 19면 보도)해주었다.

이날 누구보다 金양의 입학을 축하하고 기뻐한 사람들은 金양이 3년여간 다니며 형설의 공을 쌓은 남동구만월복지관 용마루학교 교사들.인하대 동아리'인하선도회'가 운영하는 이 야간학교 윤진영(尹振永.24.전자재료공학과3)교장은 “성실하

고 의지가 강한 지연이가 큰 일을 해내 학교에 영광을 주고 교사들에게도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용마루학교측은 이날 金양에게 장학금 20만원을 전달했다.

“막상 고교진학은 했으나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공부해야 돼 병환중인 아버지가 살림을 혼자 맡게 돼 걱정된다”는 金양은“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공무원이 돼 불우이웃을 돕는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김정배 기자〉

<사진설명>

입학식후 1학년10반으로 배정받은 김지연양이 교실에 들어와 새로운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며 기뻐하고 있다.〈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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