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원자재값 가파른 상승-뒷걸음질 수출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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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달에도 큰 폭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상실등 구조적인 문제점이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1월보다 무역수지 적자폭이 약간 개선됐다고는 하나 이는 1월의 노동관계법 파업으로 인한 생산감소가 지난달들어 보충됐을뿐 지난해와 달라진게 별로 없다는 분석이다.따라서 향후 무역수지 개선도 불투명하다는 반응들이다.

2월중 수출이 26%나 줄어든 섬유제품은 이같은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가격은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에 밀리고,품질은 이탈리아나 미국등 선진국에 밀린다.과다한 인건비상승으로 인한 고비용 저효율구조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태광산

업 수출관계자는“봉제공이라는 말이 사라졌을 정도로 일손을 구하기가 힘들 뿐더러 경쟁국인 대만보다 10~20% 비싼 인건비도 계속 올라만 간다”고 말했다.

국제원자재가격 상승도 목을 죄는 요인이다.석유화학업체의 경우 합성수지등 석유화학제품 수출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올라 석유화학제품 수출은 늘어났지만 폴리에틸렌등의 원자재인 프로필렌과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는 바람에 수지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대한유화 이선규(李宣揆)상무는“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의 경우 지난해 대비 당 30% 오른 8백40달러에 팔리고 있지만 원자재인 프로필렌은 1년새 무려 1백% 오른 6백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원자재가격이 오르자 일부 사재기현상

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다.

올들어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절하폭보다 엔화의 절하폭이 급격히 커지면서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점도 큰 문제다.대표적인 예가 자동차다.엔저(低)바람을 타고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미국시장에서의 판매가격을 일부 내리거나 판촉강화 공세를

펴는 반면 우리 업체들은 국내의 원가상승 요인 때문에 수출가격을 낮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월 국산차의 미국수출량은 8천55대로 지난해 1월보다 1만7천8백50대가 줄어든 반면 일본업체들은 10%이상 큰 폭으로 늘고 있다.물론 1월 수출물량 감소에는 파업의 영향도 있지만 2월 들어서도 자동차수출이 37%나

감소한 점은 엔저의 영향이 이미 가시화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우리 수출의 희비를 결정하는 반도체 단가하락 역시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2월의 반도체가격(평균)이 지난해 동기보다 78%나 떨어진 9달러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삼성전자등의 감산(減産)조치로 최근 16메가D램의 현물

시장가격이 10달러선을 넘어섰다고는 하나 이는 출혈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위해“원가이하로는 팔지 말자”는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큰 폭으로 수출단가가 떨어진 철강제품 역시 2월까지 회복조짐이 별로 없다보니 수출물량 증대에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포철 수출관계자는“지난해 동남아등 주요 철강수요국들의 재고조정이 끝나가고 선진국 경기가 점차 회복됨에 따라

당 3백달러선인 핫코일 가격(동남아수출물량 기준)이 이달말께 5~10달러 올라갈 가능성이 있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무역협회의 유인열(柳仁烈)조사부장은“주요 업종의 수출이 지난해보다 나아질 기미가 별로 없다”며“급속한 엔

저에 대항하기 위해 달러당 원화환율을 9백원선까지 절하시켜 수출경쟁력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윤희.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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