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북한정세 변화 대책 소홀" - 월스트리트저널 3개 시나리오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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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정권의 앞날은 ▶무력통일 기도 ▶정치.경제적 자연붕괴 ▶외교적 양보를 통한 힘의 균형유지등 세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귀결될 것이라고 미국 월 스트리트 저널지가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국제면 특집기사에서 이같이 밝히고“한국과 일본은 이 가운데 마지막 시나리오(외교적 양보)에만 집착,모든 가능성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가 소홀한 것같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각국 외교관,군사.정보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시나리오들을 구성했으며 많은 전문가들은 마지막 시나리오의 현실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시나리오의 내용을 소개한다.

◇무력침공=북한이 굶주림에서 오는 분노와 절망감으로 남침을 감행한다.휴전선에 배치된 약 2백40개 곡사포 포대가 일제히 포문을 열고,육군과 해군(잠수함부대 포함)이 침공한다.하지만 공격력은 자꾸 떨어져 일단 서울을 점령한 상태로

남한측에 화평을 청한다.그러나 한.미 연합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미군은 B-2스텔스 폭격기,F-117 스텔스 전투기,크루즈미사일등을 동원해 북한의 지휘통제부를 무력화시킨다.북한에 대한 2차공습을 항공모함에서 출격하는 전투기들이 감행한다.이 공격으로 다리.철로가 끊기고 북한군 선두부대가 고립되면

미 지상군이 대(對)전차용 아파치헬기등의 근접지원 아래 본격적인 교전에 돌입한다.

◇내부붕괴=북한의 식량난이 더욱 악화돼 중국.한국으로 향하는 탈북자들이 홍수를 이룬다.일본 정보기관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탈북자 러시에 대비해 수용소를 만들어놓았다.북한정권의 붕괴를 전후해 일본을 찾아가는 보트 피플도 2만명에 이

를 것으로 추정된다.도쿄(東京)의 경찰관계자들은 이들 난민 틈에 폭도가 섞여 정치.사회적 불안을 조장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힘의 균형 유지=북한이 잠수함침투사건에 대한 사과같은 양보를 계속함에 따라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해나간다.일본은 수십억달러의 전쟁 배상금을 지불하고,한국 대기업들은 대북(對北)투자에 적극 나선다.

대만도 중국 북동부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려 많은 돈을 북한에 투자한다.북한의 경제는 안정된다.

한반도 분단의 지속은 이곳에서 강력한 민족주의 세력의 출현을 바라지 않는 일본.중국.러시아의 취향에도 맞는다.한국도 비용부담 문제로 갑작스런 통일은 원하지 않는다.

가장 큰 승자는 이 경우 미국이다.군사비 부담을 덜면서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여전히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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