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플>反이민법 철회요구에 반격나선 샤레트 프랑스 외무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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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외교적 관례를 벗어난 돌출행동과 독설로 잦은 물의를 빚어온 에르베 드 샤레트 프랑스 외무장관이 이번에는 유럽연합(EU)의회를 공격해 말썽이다.

샤레트 장관은 지난 26일 파리를 방문중인 호세 마리아 힐 로블레스 유럽의회 의장과의 회담을 몇시간 앞두고 프랑스 정부에 이민법안의 철회를 결의한 유럽의회를 겨냥,“의회로 불릴 만한 가치도 없는 기구”라고 일갈했다.

로블레스 의장도“유럽의회의 역할과 명예를 무시한 용납할 수 없는 발언에 대한 해명이 없는 한 회담을 할 수 없다”며 일정을 돌연 취소해 버렸다.

이 사건은 샤레트 장관이“유럽의회의 결의는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억양을 낮추고 로블레스 의장도“사소한 문제를 더 이상 끌고 싶지 않다”고 말해 표면상으로는 일단 종결된 상태다.

사실 샤레트 장관의 돌출행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아프리카.중동등에서 미국과 외교적 대립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NATO 본부에서 열린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의 퇴임기념 리셉션에서 건배도중 퇴장해버려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앞서 11월에는 자이르사태에 대해 프랑스가 국제개입군 파견을 역설했으나 영국등이 유보적 입장을 취하자'뼈없는 곤충들'이라고 빗대기도 했다.

국제외교가는 샤레트 장관의 일련의 돌출적인 행동이 단순히 개인감정에서 나온 것인지 국가적 계산인지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리고 있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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