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김대중총재 안보관시비로 파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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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오전10시로 예정됐던 25일 대정부질문은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의 전력(前歷)과 안보관을 문제삼은 신한국당 이용삼(李龍三).허대범(許大梵)의원의 질의내용을 놓고 국민회의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바람에 정회를 거듭하는등 파행

을 겪었다.

여야 3당 총무는 공식.비공식 접촉을 갖고 의사일정등을 협의했으나 여당 총무의 공식사과와 원고삭제 요구를 놓고 설전만 거듭했다.국민회의측은 오후 국회에 나온 김대중총재가“한보초점을 흐리려는 수에 말릴 필요없다”며 회의속개를 강력히

종용하자 본회의에 응하기로 했으나 이홍구(李洪九)대표가 청와대 주례보고차 국회를 벗어나는등 결정을 내릴 신한국당 지도부가 부재중이어서 결국 속개되지 못한채 산회됐다.

본회의가 시작되자마자 김옥두(金玉斗).박광태(朴光泰).한영애(韓英愛)의원등 국민회의 의원들은 李의원의 원고삭제를 요구했다.고함과 야유에 여당이 맞고함으로 응수하면서 본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국민회의 의원들은 김수한(金守漢)의장의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40년 민주투사를 간첩으로 몰 수 있느냐”“대통령은 사과하고 국회의원들은 저질발언이나 하느냐”며 강력히 반발했다.신한국당 의원들도“조용히 해”라고 외치며 거칠게 맞섰

다.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뒤 국민회의는 긴급 의원총회와 간부회의를 잇따라 열어“매카시 선풍을 일으켜 한보정국을 덮으려는 정부.여당의 악의적 전략”이라고 규정했다.“신한국당의 공식사과와 허위사실 인정 없이는 본회의에 응할 수 없다”고

완강히 버텼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金총재를 공산당원으로 규정하는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은 제2의 용공음해며 12.26 날치기에 이은 반(反)의회주의적 폭거”라며 공식사과와 원고삭제를 요구했다.

국민회의 의원들은“金총재 개인에 대한 비판을 넘어 용공폭풍을 몰고오려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며“매카시 열풍에 대해선 초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정면돌파를 주장했다.

“북한 노동당 황장엽(黃長燁)비서의 입국을 통해 정치권을 쑥밭으로 만들려는 속셈”(薛勳의원),“대통령의 사과담화는 한쪽으로 국민의 동정심을 유발하고 다른 한편으론 매카시 선풍을 일으키라는 지시”(趙洪奎의원)라는등 격앙된 목소리가 이

어졌다.

몇몇 의원들은 서청원(徐淸源)총무가 24일“우리는 망할대로 망했고 더이상 손해볼 것도 없다”면서“내일은 더 심할테니 두고 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金총재를 겨냥한게 의원 개인차원이 아닌 여당의 원내전략이라는 것이었다.

자민련 안택수(安澤秀)대변인도“신한국당은 불법 날치기와 한보사태로 궁지에 몰린 나머지 국회를 야당총재 음해장으로 활용키로 작심한 것같다”고 가세했다.신한국당도 질세라 긴급 고위당직자회의를 열어 국민회의측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김철(金哲)대변인은“시중의 유언비어를 면책특권을 이용,의정단상에서 무차별 토론하는 국민회의가 과거사의 일부를 지적한 李의원의 발언을 사전봉쇄하려는 것은 의회주의 기본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긴급 당간부회의에 참석한 金총재는“국회가 공전되면 저들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므로 본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등을 통해 무관함을 증명하고 한보를 추궁해야 한다”면서 국회복귀를 강력히 당부했다. 〈이정민 기자〉

<사진설명>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회의 소속 의원들이 김대중총재의

안보관을 비난하고 정계 퇴진을 요구한 신한국당 이용삼의원의 대정부질문

원고 수정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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