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옥상옥 안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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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가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 공직자의 부패 문제를 다루는 전담기구의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부패방지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고위 공직자 비리조사처를 부방위 산하에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부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세부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현재로선 어떤 권한과 모습을 갖춘 기구가 될지 알 수 없다. 다만 검사의 영장 청구와 기소독점주의를 인정하면서 일정 부분 조사권을 갖는 형태가 될 것이란 말이 흘러나오고 있을 뿐이다.

깨끗한 정부의 실현을 위해 대통령 친인척들이나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비리 혐의자를 가려내 벌하는 일이야 정부로서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친인척.공직자의 비리가 전담 기구가 없어 생긴 일이랄 수는 없다. 김대중 정부 시절 폐지되긴 했으나 '사직동팀'이 존재하지 않았던가. 더구나 이런 부정부패 문제를 다루는 검찰이라는 기관이 존재하는데 새로운 수사기구를 만들면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일부에서는 '검찰 힘 빼기'니 하는 말이 나오는 점도 유의해 볼 일이다.

고위 공직자 비리만을 따로 조사한다는 것도 문제다. 고위직은 다 부패했다는 뉘앙스를 띤다면 그들의 이미지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 부방위에 이런 기관을 두려고 하는 것도 문제다. 전문수사능력을 갖고 있는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청와대에 있던 과거의 '사직동팀'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부방위는 출범 초 전.현직 장관급 인사와 검사 등 3명을 비리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이를 무혐의 처분했고, 법원 역시 부방위의 재정신청을 기각한 전례가 있다. 근거 없는 투서였던 것으로 판명된 셈이다. 비리조사처가 신설될 경우 투서와 음해가 공직사회에 만연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검찰에 보다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