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보도 미국 주가 대폭락 대비 위기 관리팀 도상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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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7천선을 넘어 치솟기만 하던 다우 존스 주가가 갑자기 폭락하기 시작한다.

어제는 8백여 포인트,오늘은 6백여 포인트의 대폭락이다.뉴욕증권거래소(NYSE) 의장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시장 폐쇄 허가를 내줄 것을 대통령에게 요청한다.

즉각 금융시장 위기관리팀 멤버들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로 속속 소집된다.재무장관.연방준비위원회(FRB)의장.증권관리위원회(SEC)의장.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장등이다.

회의를 길게 끌 시간은 없다.곧 결론이 나온다.'시장을 닫는다는 대통령의 결정은 금융시장의 위기만 더 키울 뿐이다.따라서 시장이 계속 열리고 거래가 계속 되도록 각 기관은 모든 노력을 다한다'가 결론이다.오후 장이 끝날 무렵 뉴욕

시장은 정상을 되찾는다.”

최근 다우 존스 산업평균지수가 7천선을 넘어 고주가 행진을 계속하면서 거품과 폭락을 경계하는 시각이 커진 것과 관련,23일자 워싱턴 포스트가 소개한 주가폭락 위기관리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는 87년 10월19일의 이른바'검은 월요일'대폭락을 계기로 미 정부안에 구성된'금융시장 위기관리팀'의 그간의 회의내용과 정책기조등을 근거로 구성된 것이다.

글로벌 경제시대의 금융시장 위기관리팀을 냉전시대의 핵전쟁대비팀에 견주어 묘사한 워싱턴 포스트는 이 위기관리팀이 정기적으로 회합을 갖고 주가폭락등에 대비한 시나리오.정책선택등을 계속 검토.보완해오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정부.감독기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주가 대폭락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폭락사태를 예방하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위기관리팀'보다'위기방지팀'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어떠한 경우에도 시장은 시장대로 움직이도록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정부나 FRB가 막아야 하는 것은 일시에 금융기관의 대출금 회수,결제자금 부족등이 몰리면서 일어날 수 있는 신용공황이다.

▶실제로 87년'블랙 먼데이'때 NYSE의 의장은 시장 폐쇄를 요청했다.이때가 오전11시.주가가 또다시 일순간에 2백50포인트 떨어졌을 때였다.FRB는 그러나 끝까지 버텼다.대신 FRB 간부들은 주요 은행의 간부들과 핫라인을 열고

월가에 대한 대출금을 회수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일시적으로 결제자금 부족에 빠진 금융기관도 문을 닫지 않도록 조치하고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해주는등 금융시장이 계속 돌아가도록 전력을 기울였다.

▶위기상황에선 서로 신뢰하는 사람들끼리의 인간관계,비상 핫라인 가동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실제로 월가의 증권맨 출신인 루빈 재무장관(전 골드맨삭스 공동회장)을 비롯해 위기관리팀의 모든 멤버들은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갖고 있다. [워싱턴=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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