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등소평노선 바뀔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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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덩샤오핑(鄧小平)의 일생은 장강(長江)보다 길고 유유하다.鄧의 생애는 곧 중국의 근.현대사다.그 역사의 강물을 이루는 물결 하나 하나마다 인민대중을 위한 개인적 희생과 투쟁을 감내해온 鄧의 자취가 어려 있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스스로를'중국 인민의 아들'이라고 했던 鄧은 중국인민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중심축의 하나로 올려놓았다.

거인(巨人)은 역사속으로 갔다.중국은 거대한 슬픔을 안고 있으면서도 지극히 평온하다.이같은 안정된 모습이야말로 鄧 자신의 위대성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제 12억 중국인민들은 상당한 물질적 기초위에 소강(小康)을 넘어선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다.땀흘려 일하고,개성에 따라 주장하고,소리높여 웃고 노래한다.12억 모두가 저마다의 삶을 살며,저마다의 보람과 행복을 추구한다.이 역사의

거대한 실타래를 누가 풀어헤쳤는가.

흔히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혁명을 이끈 마오쩌둥(毛澤東)을,경제적으로는 역사적인 식량자급을 실현하며 개혁.개방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끈 덩샤오핑을 손꼽는다.

그러나 鄧의'인간해방'을 위한 투쟁의 길은 단순히 경제적 성과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그의 개방.개혁정책을 추진케 한 79년의 3중전회(中全會)에의 복귀에 이르기까지 鄧은 열기에 찬 정치적 투쟁을 치러야 했으며,궁극적으로 승리를

거둬내는 철(鐵)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어야 했다.

이제 어느 누구도 鄧이 이끈 3중전회 이래의 노선.방침.정책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만약 중국을 다른 길로 들어서게 한다면 백성들은 결코 응하지 않고 그를 타도할 것이다.

鄧이 역사속으로 돌아간 지금 과거 鄧과 함께 싸웠던 늙은 전사(戰士)들은 증언한다.이미 90을 넘어선 이 전사들은 중국 전지역에 걸쳐 얼마나 많은 희생속에'해방과 독립'을 위해 피를 흘려왔던가를.

鄧의 개방.개혁정책과 오늘의 물질적 풍요의 원류(源流)는'25세 청년사령관'鄧과 전사들의 자취에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주린 배를 움켜쥐고 고난에 찬 행군을 거듭하던 날,鄧과 그 동지들은'먹는 이야기'로 허기를 달래는'정신적 식사'

를 즐겼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세계가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거대한 경제성장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지 않은가.

鄧은 일찍이'민이식위천 국이량위중(民以食爲天 國以糧爲重.백성은 먹는 것이 최고고 나라는 식량이 가장 중요하다)'이라고 갈파했다.자연재해와 인재(人災)에 다름아닌 낙후된 중국의 현실 위에 수천만명이 굶어 죽어나가던 낡은 역사를 뒤로

하고 84년에는 식량자급의 원년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애국심과 정치적 지도력이 아니면 설명될 수 없다.

중국 각성시킨 지도자

누구는 중국을 잠자는 사자에 비견하기도 했다.사자가 잠자는 동안 중국은 외세의 침탈과 봉건의 낙후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그러한 잠자는 사자를 깨우지 말고 중국을 속이고 자원과 재부를 탈취하려는 음모가 지난 시기에 있었던 것도 사

실이다.

그러나 결국 사자는 눈을 떴다.실사구시(實事求是)의 과학과 객관성을 가지고서 개혁.개방의 정책으로 중국은 그의 밝은 눈을 뜨고야 만 것이다.

鄧의 지도력은 개인중심의 우상화 탓이 아니라 중국인민과 사회 전체를 각성시켰기 때문에 빛나는 것이다.중국은 다시는 눈을 감고 잠자지 않을 것이다.鄧동지가 천안문(天安門)장안가(長安街)를 지나 영결을 고할 때 중국인민은 눈물을 흘릴 것이다.탁월한 군사전략가며 혁명가인 鄧동지의 영세불멸을 간절히 기원한다. 曹 長 盛〈北京大 국제정치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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