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外공관장들, 경제단체장들과 회동-"나라 바깥서 보니 경제가 제일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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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무엇보다 경제가 빨리 회복돼야 한다.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입 직후에 경제가 고꾸라지면 어떻게 되겠는가”,“국내에선 온통 한보및 황장엽 사건으로 시끌벅적하지만 우리의 관심사는 역시 경제문제다.”

우리나라를 대표해 해외에서 뛰는 대사들의 화두(話頭)는'경제회생'이었다.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차 일시 귀국한 1백여명의 공관장들은 18일 서울롯데호텔에서 주요 경제단체장및 기업인 80여명과 오찬을 함께했다.그러나 이들 해외공관장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는데다 노조 파업.한보부도등이

이어지며“이러다간 우리나라가 멕시코 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번 공관장 회의의 주제가'우리 경제의 활력 회복을 위한 경제.통상외교 강화'로 정해진 것도 이런 배경이다.

이날 오찬장에서는 국내 경제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잇따랐다.

구본영(具本英)주OECD 대사는“서방 선진국들은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우리가 느끼는 것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같다.하지만 경제체질 개선이 수월치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준영(宣晙英) 주제네바 대사는“유럽국가들은 한국경제가 기술의 한계로 벽에 부닥쳤다고 생각하고 있으며,한국기업의 해외진출에 따른 수익성에도 의문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참석한 재계 관계자들은 우리 사회 각계가 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하(金相厦)대한상의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노사관계의 불안정 요인이 상존하는데다 해외시장에서 선진국과 중국등 저임금 국가의 상품과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돼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 약화에 대한 우려의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金회장은 건배를 제의하면서“전과같은 투지로 난관을 돌파하자는 뜻에서'경제를 세우자'는 구호를 외치자”고 말하자 대사들은 일제히“세우자”고 외쳤다.

이날 모임은 경제외교를 펴야 하는 재외공관장들의 나라걱정중에서도 특히 경제가 으뜸이라는 것을 잘 가늠케 해주는 자리였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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