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쇠뿔'은 '소의뿔'로 보는 것이 타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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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2월13일자 독자페이지 송옥란씨의'쇠뿔도 단김에 뽑는다'는 속담에 관한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위 속담의 '쇠'는 대장간에서 쇠를 달구는 작업에서 비롯되었으므로'쇠(금)'로 보는 것이 옳다”는 말은 일면 타당한 것 같기도 했으나

그 어원이 논급되지 않아 아쉬웠다.그러나 속담이나 고사성어가 까닭없이 만들어지는 일은 없는 법이므로 그 어원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올해 여든둘이신 가친께 혹 들으신 바가 있는지 여쭈어보니“옛날 소를 잡으면 소 머리를 그슬러 털을 없애는데 이 때 뜨겁게 단 김에 쇠뿔을 빼면 툭 치기만 해도 쉽게 빠지지만 식으면 다시 기름이 굳어져 빠지지 않는다.그러니 무슨 일

이든 하던 길에 잘 끝맺음하라는 말이다”고 하신다.

혹 송옥란씨의 의견을 뒷받침할만한 다른 전고(典故)가 있는가해 여러 사료를 확인하던중'대한화사전(大漢和辭典)'에서 '철부(鐵斧)'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本草,諸鐵器,鐵斧(본초,제철기,철부)]主治,婦人産難,橫逆胞

衣不出,燒赤쉬酒服(주치,부인산난,횡역포의불출,소적쉬주복)”:본초강목 제철기에,쇠도끼는 주로 부인네의 난산을 다스린다.아이가 어머니 배에서 나올 때 옆으로 눕거나 거꾸로 나와서 난산일 때 쇠도끼를 발갛게 단 김에 꺼내 술에 담금질해

그 술을 복용한다.”

'쇠뿔'은 한자숙어를 가차할때 한 글자에서 뜻을 취하고 다른 한 글자에서 음을 취하는 경우가 있으므로'철(鐵)'에서'쇠'라는 뜻을 취하고'부'에서 음을 취해'쇠부'가 되어'쇠불'로 변한 후 다시 된소리인'쇠뿔'이 되었거나,'숯불.쇳

물'등과 비슷한 경우로'쇠불.쇳뿔.쇠뿔'로 변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견강부회(牽强附會)라는 생각이다.여러가지 면을 고려할 때 역시'소의 뿔을 뽑는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본다.

박광민〈한국어문교육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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