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南테러 국민적 경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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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도대체 지금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북한 김정일(金正日)의 전처 성혜림(成惠琳)의 조카로 15년전 귀순한 이한영(李韓永)씨가 귀가도중 집 앞에서 괴한으로부터 권총으로 피습당한 사건은 가위 충격적이다.한보사건과 황장엽(黃長燁)북한 노동당비서 망명신청으로 나라 전체가 떠들썩한 판에 터진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은 당혹해 하고 있다.특히 李씨 피습이 베이징(北京)상황과 관련해 전국 경찰에 북한의 테러대비 경계강화 지시가 내려진 가운데 발생해 치안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李씨를 저격한 범인이 체포되지 않아 피습사건의 진상은 알 수 없지만 북한측의 소행일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경찰도 현장에서 수거된 탄피가 북한 공작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권총의 것이고 최근 黃비서 망명으로 조성된 여러 정황으로 미뤄 보복테러에 무게를 두고 있다.북한은 黃비서의 망명신청 이후 중국에 특수공작원들을 보내고 베이징 한국대사관 영사부 건물 주변에서 잇따라 위협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공공연히 보복을 다짐해온 터였다.

정부는 북한의 테러 가능성에 대해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 국민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이번 사건이 북한의 지시에 의한 국내공작원의 소행이라면 그들의 보복행위가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계속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그들은 우리와의 갈등이 있을 때마다 대남(對南)테러를 자행해 왔다.군(軍)의 대북(對北)경계는 물론이고 주요 시설과 인사에 대한 보호 등 국내치안에 한점 흐트러짐이 없어야 할 것이다.해외교민들의 안전과 귀순자들의 보호책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이한영씨 피습은 그가 북한의 상류층 출신이고 성혜림 망명파문의 와중에서 신분이 노출돼 있었다는 점에서 테러대상 제1호가 될 가능성이 높았는데도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일반 국민들도 사태를 직시해 스스로 안전의식을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해외여행 등 북한요원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을 때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가급적 불필요한 중국여행은 삼가야 함은 물론 일상에서의 대공(對共)의식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것이다.국민적인 대북경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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