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미국이 과시한 4분파업-조종사들 행동개시에 대통령 중지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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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내 제2위의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 조종사 노조의'4분간에 걸친 파업'은 미국 노.사.정의 성숙함을 새삼 과시했다.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다 파업으로 치닫는데까지는 다른 나라들과 같았지만 그 과정이 몹시 질서 정연했고,또 일단 대통령이 파업중지를 명령하자 바로 군말없이 따르는 것등이 달랐다.

조종사 노조는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조의'4년간 11% 인상안'과 사용자의'3년간 5% 인상안'이 4일동안 전개된 마지막 담판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15일 0시3분쯤 파업돌입을 선언했다.9천3백여명의 조종사가 일제히 조종간 잡기를 거부한 것이다.

아메리칸항공의 노사협상 진행상황을 시시각각 체크하고 있던 클린턴 대통령은 바로 파업중지를 명령했다.0시7분쯤이었다.미국의 대통령은 26년 제정된'철도노동법'에 의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노사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특별비상위원회를 구성.운영할 수 있게 돼있다.

이렇게 되면 분규 사업장은 냉각기간과 재협상기간을 합쳐 60일간 파업을 보류해야 한다.

마이클 매커리 백악관 대변인은“예상되는 경제적.사회적 부작용 때문에 이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파업에 들어가면 항공사에는 매일 3천만달러,미국경제 전반적으로는 20억달러의 경제적 피해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어쨌든 노조는 이같은 결정을 바로 받아들였다.제임즈 소비치 위원장은“대통령이 개입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보며,우리 입장은 60일이 지난다해서 달라지지도 않을 것”이라며“그렇지만 정부의 조치를 존중하겠다”고 말했다.조종사들은 일체 군말없이 조종석으로 복귀했다.

아메리칸항공측도 대통령 조치가 발표된 직후부터 전 국내선.국제선 항공료 50% 할인,마일리지 2배 부여등의 특별서비스에 들어갔다.정부가 개입한 이상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확신속에 그동안 소홀했던 고객관리에 본격 돌입한 것이다. [뉴욕=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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