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정교한 3점슛 … KT&G 눈 뜨고 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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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모비스가 심상치 않다.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KT&G와 모비스의 경기에서 모비스 함지훈(右)이 KT&G양희종의 마크를 뚫고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안양=뉴시스]

3일 안양 원정에서 모비스는 공동 선두였던 KT&G를 98-91로 꺾고 5연승, 10승4패 단독 선두로 뛰어 나갔다. 주력 선수 양동근이 군에 입대하는 바람에 하위권에 머물 것으로 보였던 모비스는 올해 정교한 대포로 중무장해 우승을 넘보고 있다.

이번 시즌 모비스의 3점슛 성공률은 무려 44%다. 프로농구에서 3점슛 성공률이 40%를 넘은 적은 단 한 번 있었다. 프로 원년인 1997년 나래(현 동부)의 40.2%였다. 정인교·칼레이 해리스의 3점슛이 좋기도 했지만 당시 외국인 선수가 처음 등장해 각 팀들은 골밑 방어에 치중하느라 외곽수비가 허술하던 때였다. 이후 3점슛률이 40%를 넘은 경우는 없었다. 각 팀의 시즌 3점슛 성공률은 35% 정도다.

다른 팀들도 모비스의 외곽이 강한 것을 알고는 있다. 그러나 막기가 어렵다. 모비스 김효범은 3점슛 라인 한참 멀리에서도 마구 던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슛 성공률이 49%나 된다. 출장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우지원의 3점슛 성공률은 무려 66%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슛은 자신감과 연습이다. 우리 선수들이 비시즌 중 엄청 연습했다”고 말했다.

또 하나, 모비스 3점슛의 비밀은 센터 함지훈이다. ‘수비수가 붙으면 돌파하고 떨어지면 던지라’는 농구의 격언이 있는데 함지훈은 새로운 버전을 보여주고 있다. 붙으면 패스하고 떨어지면 던진다.

2쿼터 KT&G는 함지훈을 막으려고 더블팀 수비를 했다. 그는 센터치고는 매우 현란한 드리블로 더블팀 수비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외곽의 빈 곳으로 날카로운 패스를 했다. 그 패스가 예술이었다. 유재학 감독이 “가드보다 어시스트가 좋다”고 하는 그의 패스는 블랭슨(25득점)·김효범(17득점)에게 연결되면서 점수 차가 벌어졌다. 유재학 감독은 “원래 골대 쪽에서 받는 패스의 슛률이 높은 데다 지훈이의 패스가 워낙 좋아 성공률은 더 올라간다”고 말했다. 3쿼터 KT&G는 함지훈 더블팀 수비를 포기하고 외곽을 막았으나 함지훈에게 12점이나 얻어맞았다. 그러다 다시 더블팀을 했는데 함지훈이 블랭슨에게 빼주는 패스에 3점슛을 맞아 75-61까지 점수 차가 벌어졌다. 모비스는 이날 3점슛 17개를 던져 10개를 성공시켰다. 성공률 59%로 웬만한 팀 야투 성공률 수준이었다. 이상범 감독은 “최선을 다해서 막으려 했는데 안 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함지훈은 “워낙 더블팀이 많이 들어오니까 연습도 많이 했다. 더블팀은 부담도 되지만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함지훈은 20분에 20득점을 했다. 야투 성공률은 100%였고 리바운드 4개, 어시스트 4개, 스틸 2개를 곁들였다. KT&G 관계자는 “하승진보다 함지훈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안양=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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