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바로 서야 대통령이 바로 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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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국가위기 국면인 지금 이명박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리더십 연구 전문가인 최진 대통령연구소장이 이 대통령을 향해 5가지 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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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작금의 국가적 위기국면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아니, 그보다 먼저 짚어봐야 할 것은 이 대통령과 참모들이 작금의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느냐, 아니면 ‘일시적 곤란’ 정도로 가볍게 여기느냐 하는 상황인식일 터이다. 이 대통령은 비장한 각오로 대한민국을 새롭고 발전적 방향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이 가슴에 새겨야 할 덕목을 5가지로 압축해 제시하고자 한다.

국정운영의 컨트롤타워 참모 시스템 점검이 우선… 과도한 자기확신은 자만→오만으로 이어져 #이슈기획 MB의 대한민국 구하기 #MB에게 바란다 ‘ 위기 극복 이렇게 하라’

1. 리더십을 자가진단하라

이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자가진단이다. 요컨대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단점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인정한다면 주위의 직언이나 비판을 달게 받아들여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 6월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거나 “민심의 눈높이를 깨달았다”고 토로했지만, 실제로 자신의 리더십이 지닌 장단점을 인식했는지는 의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고 독선으로 치달아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 대통령은 과거 ‘대학입학신화’ ‘현대신화’ ‘청계천신화’ ‘경선신화’ 등 숱한 신화를 창출했기 때문에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신앙적 신념까지 보태져 어떠한 장애물이 닥쳐도 그것을 자신의 단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극복해야 할 시련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대통령이 자아의식이 워낙 강해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냉철한 자가진단이 어렵다면 참모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참모의 직언과 지도자의 수용이다. 참모가 리더십의 문제와 대안을 제시할 때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지도자가 성공할 수 있다.

2. 안정적 경제지도자 이미지 극대화하라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불안하다는 말은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과 대선 때 수없이 제기된 바 있다. 이는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리더십의 불안정성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 대통령과 같은 CEO형 지도자, 행동주의자형 지도자는 매사에 적극적이고 신속하기 때문에 역동적 이미지를 주지만 자칫 성급하고 불안한 느낌을 주기 쉽다.

이 대통령은 이제 기업인도, 서울시장도 아닌 국가 최고 지도자이기 때문에 믿음직하고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난 5년간의 불안함을 지켜본 국민은 그와 반대되는 안정적 지도자를 바란다. 따라서 국민이 바라는 대한민국 지도자의 모델은 안정적 경제지도자다.

이 대통령이 보완해야 할 안정감이란 절차 중시, 점진적 변화, 언행 자제 등을 의미한다. 국민은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절차 경시, 급속한 변화, 가벼운 언행을 보고 느끼면서 무의식 중에 그와 반대되는 국정운영 스타일을 선호하게 됐다. 정치 컨설턴트로 유명한 미국의 딕 모리스는 클린턴 대통령의 예를 들며 집권 초기의 대통령은 경쾌하고 친밀감을 주는 ‘친구 같은 대통령’보다 진지하고 믿음직한 ‘아버지 같은 대통령’이 더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경제지도자 이미지 제고란, 이 대통령이 모든 국정운영의 최우선 순위에 ‘경제’를 설정하고 모든 행보를 ‘경제’에 맞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적으로 어떤 돌발상황과 악재가 몰아쳐도 ‘경제’만큼은 확실하게 챙기는 경제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주어야 한다.

3. 최고의 프로페셔널로 청와대를 가동하라

이 대통령은 청와대가 바로 서야 대통령이 바로 설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참모조직이 아니라 국정운영의 컨트롤타워이기 때문에 국가적 어려움이 발생하면 맨 먼저 청와대 참모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청와대를 개인 참모조직으로 여겼다 뒤늦게 후회하고 개편하려다 불필요한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집권 초기 최고의 청와대를 구축하면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최고의 청와대란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들이 모여 ‘정책+정무+홍보’의 3두(頭)마차를 힘차게 모는 구도를 말한다. 특히 정무와 홍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책은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프로 참모는 책상에 앉아 천리를 내다보며 최고의 보고서를 쓸 수 있는 사람이다.

역설적 논리지만 대통령이 정치 개입을 최소화하고 국정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무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정무 기능이 약하면 대통령이 직접 정치에 나서게 돼 정치적 파장을 낳게 된다. 이 대통령이 지난 8월 참모들에게 “청와대가 힘이 있다 없다고 말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도 국정의 중심축이 외부 변수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고의 청와대는 인적·물적 시스템이 안정돼 태산(泰山)처럼 쉽게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4. 감화적 리더십을 발휘하라

국가지도자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 경제 상황이 힘들고 정치 상황이 복잡해도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에 감동을 주면 상황을 쉽게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지난 8월 베이징(北京)올림픽에서 초반에 한국선수들이 선전하자 바닥을 헤매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올라간 것도 비슷한 이치다.

국민의 마음이 즐거우면 대통령에 대한 마음도 너그러워진다. 하물며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감동을 주는 언행을 하면 지지도는 상향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 대국민 감동과 관련해 형식적인 것 같지만 본질보다 중요한 것이 언어의 절제력이다. 진지하고 감화적인 화법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인다.

루스벨트·케네디·레이건에 이어 오바마 당선자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인 지도자의 공통점은 국민의 가슴에 와 닿는 메시지를 주는 감화적 리더십이 뛰어났다는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감화적 언어와 심리적 유예를 통해 국민의 마음에 감동을 불러일으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5. 겸허함을 행동으로 보여줘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돼온 권력의 법칙은 ‘성공한 지도자=겸허함, 실패한 지도자=오만함’이었다. 권위주의 타파를 외쳤던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 오만한 권력자라는 비판을 받으며 퇴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고 50%에 가까운 높은 득표율로 당선된 만큼 강한 자신감과 우월감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지나친 자신감은 과도한 자기확신→자만→오만으로 이어지는 만악(萬惡)의 근원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강조했던 ‘섬김의 리더십’을 말로써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겸허함을 통해 도덕적 권위를 세울 수 있다. 이 대통령과 참모들은 지난해 당내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혹독한 도덕성 공방에 휘말렸기 때문에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도덕성을 중시해야 한다.

대통령 주변에서 작은 비리라도 발생할 경우 그 파장은 의외로 클 수 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는 배신감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대통령은 임기 5년 내내 도덕적 권위를 지키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글■최진 대통령연구소 소장 [cj02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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