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쌍용건설 인수 ‘없던 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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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동국제강이 2일 쌍용건설 인수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7월 쌍용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여러 차례 시한을 연장해 가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협상을 벌였지만 인수 가격 등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선정된 지 5개월 만으로 세계 경제위기와 그에 따른 증시 하락, 인수 자금 부담 등에 따른 것이다.

동국제강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당시 주당 3만1000원에 쌍용건설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로 증시가 급락하면서 쌍용건설 주가는 현재 6000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동국제강은 매각 주체인 자산관리공사와 인수 가격 조정 협상을 벌였으나 공사가 가격조정 한도인 5% 이상 가격을 깎아줄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인수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이 쌍용건설 인수를 포기하면 입찰보증금 230억원을 떼일 형편이다.

쌍용건설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금호생명·유진투자증권·C&그룹 계열사 등 수많은 기업 매물이 나와 있는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적잖은 충격파가 예상된다.

금호생명을 상장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증시가 침체하면서 매각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금난으로 강호AMC의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 인수도 차질을 빚고 있다. 3월 싱가포르 CDL코리아로부터 힐튼호텔을 58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던 강호AMC는 잔금 납부를 미루고 있다. 계약금 580억원도 돌려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국내 M&A 시장의 최대 매물인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작업도 매끄럽지 못한 실정이다. 한화그룹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대우조선 노조의 저지로 2주일째 실사를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한화와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은 실사가 늦어지면 본계약 체결 후에도 실사를 계속하고 최종 인수 가격을 실사 결과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사가 지나치게 지연되거나 한화-산은-대우조선해양 노조 간에 협상이 결렬되면 매각 작업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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