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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돌고 거래도 끊겨 二重苦-부도회오리 용산전자상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4천2백여개의 전자관련 업체들이 몰려있는 용산전자상가는 아프로만의 부도사태로 상가 설립후 10여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용산전자상가의 입주업체들 뿐아니라 이곳에서 물건을 받아다 파는 전국의 도.소매상과 부품 납품업체들까지 연쇄부 도 위기로 전전긍긍하고 있다.피해업체가 대부분 중소업체들이어서 자구책도 변변히 마련하지 못하는등 부도사태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있다. …부도 여파로 용산전자상가 매장 직원들은 일손을 거의놓은채 삼삼오오 모여“다음번은 어디냐.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게아니냐”는 어두운 말을 건네며 긴장.
전자월드 19동 상우회 송일석(宋一錫)회장은“최소 10여개 대형업체의 부도가 예상된다는 관측도 있어 직원들의 동요가 크다”며“상우회측도 피해업체 조사에 나서고 있지만 업체들이 피해를우려,.쉬쉬'해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
…용산전자상가들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제조업체들로부터의 제품 납품마저 끊기고 있어 영업에 차질을 빚는데다 자금순환도 안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준컴퓨터월드의 최병국(崔炳國)대표는“연쇄부도를 우려한 제조사들이 현금으로만 제품을 거래하고 있어 사실상 신제품 판매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의 주기판(머더보드)생산업체인 석정전자 관계자는“현재까지 감산(橄産)조치는 하고 있지 않지만 사태추이를 보며 대책을 강구중”이라며“대형 컴퓨터업체들의 부도는 결국 제조업체들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부도사태로 용산전자상가는 휴.폐업 업체가 늘어나는등 심각한 불황의 늪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용산전자상가 전문부동산업체인 독일중개인사무소 관계자는“최근들어 장사가 안돼 내놓는 점포만 전자타운의 경우 무려 10여개에이르고 있으나 그나마 거래가 올들어 한건도 없을 정도로 이 지역의 불황 늪이 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지역 권리금도 크게 떨어져 목좋은 자리가 보통 1억여원을 호가했으나 최근에는 5천만~7천만원으로 떨어졌음에도거래가 한산하다고 덧붙였다.
용산전자상가내 이화전자의 김덕수사장은“하루 매출이 1천만원이돼도 수지타산 맞추기가 힘든 마당에 요즘은 4백만~5백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국IPC.멀티그램.아프로만 등이 줄줄이 부도나자 피해를 보게된 용산전자상가 채권단은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S.H등 아프로만 채권단 업체들은 12일 임시대책회의를 갖고경기도 포천 물류센터로 옮긴 아프로만 제품의 처리문제등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상은파이넌스등 1백여 한국IPC 채권단 업체들도두원그룹측 계열사인 멀티그램이 한국IPC에 6백여억원의 지급보증을 서준 만큼 책임지고 피해액을 변제해 달라는 항의집회를 가졌다. 채권단의 손정갑(孫汀岬)회장은“멀티그램 주식 34%를 보유한 두원그룹이 사태수습에 나서야 한다”며“정부도 한보사태에만 매달리지 말고 풀뿌리 전자산업의 메카인 용산전자상가 살리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하지윤.김시래.양 영유 기자〉 12일 부도를 낸 컴퓨터유통업체 아프로만의 매장 셔터가 굳게 내려져 있다.
〈나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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