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의혹 사건 관련 洪의원 수사 하루만에 8억 수수자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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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태수(鄭泰守)총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왔던 신한국당 홍인길(洪仁吉)의원은 검찰수사 하루만에 8억원을받고 은행에 대출압력을 행사한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구속영장 청구를 위해 법원에 제출된 수사기록에 따르면 洪의원은 지난해 2월 하얏트호텔에서 鄭총회장으로부터 사과상자에 넣은 2억원을 운전기사가 트렁크에 옮겨싣는 방법으로 받는등 모두 4차례 돈을 받았음을 시인하고 있다. 5일 구속된 우찬목(禹贊穆)조흥은행장이 돈을 받았던 것과 똑같은 수법이다. 洪의원의 금품수수 자백에 앞서 검찰은 이미 鄭총회장과 김시형(金時衡)산업은행 총재.신광식(申光湜)제일은행장.장명선(張明善)외환은행장등의 진술조서를 통해 洪의원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다는진술을 확보해 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洪의원 운전기사 郭모씨도 4차례 돈을 받은 사실을 진술하고 있다.洪의원은“한보철강 당진공장에 대한 시설자금 대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뒤 金산업은행 총재등에게 전화를 통해 청탁한 것으로 드 러났다. 한편 이날 함께 구속된 정재철(鄭在哲)의원은 지난해 10월 하얏트호텔에서 鄭총회장으로부터 골프가방에 넣은 1억원을 받고,지난해 10월에는 프라자호텔에서 국민회의 권노갑(權魯岬)의원에게 전해달라는 1억원을 같은 수법으로 받은 것으로 돼 있다. 鄭의원의 경우 은행대출 부탁과 함께 95,96년도 정기국회 국정감사와 관련,국회의원들이 한보그룹에 대한 여신및 담보현황등을 파악하자 이를 무마해 달라는 조건도 포함돼 있다.이는 鄭총회장이 국정감사 의원까지 로비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폭넓은로비력을 보여준 한 사례로 꼽힌다. 鄭의원은 鄭총회장으로부터 받은 1억원을 權의원에게 전달했다고밝히고 있다.신한국당 소속 鄭의원이 기업인의 청탁으로 국민회의소속 權의원에 대해서 간접로비를 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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