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화제>소설가 이문구 "이상한 아빠"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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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중진작가 이문구씨는 과묵하다.그리고 굼뜨기로 문단에선 정평이나 있다.묵묵하면서도 깍듯이 선배문인들을 모시고 후배문인들의 일 또한 말없이 챙기는 넓은 오지랖을 지니고 있다.행동거지 뿐만 아니라 그의 소설 또한 그렇다.걸쭉한 입담으 로 한문장을 한쪽 넘게 끌어간다.문단의 장형으로 통하는 이씨가 어린이 같은마음으로 최근 동시집.이상한 아빠'두권을 솔출판사에서 펴냈다. “이마에 땀방울/송알송알/손에는 땟국이 반질반질/맨발에 흙먼지/얼룩덜룩/봄볕에 그을려/가무잡잡/멍멍이가 보고/엉아야 하겠네/까마귀가 보고/아찌야 하겠네.” 동시.개구장이 산복이'다.산복이는 이씨의 아들.이씨는 식솔을 데리고 70년대말 경기도 발안으로 내려가 살았다.궁핍한 살림에도 아이들이 천진스럽게 뛰노는 모습을 담을 카메라도 없고 해 동시로라도 남기려고 쓰기 시작한 시가 1백50여 편을 넘어서고 있다. “논둑에 사는/미루나무/이십 년 모은 재산/까치둥지 하나./반짝이던 잎새/다 어디 가고/긴긴 겨울에/빈 하늘 뿐.” .미루나무'전문이다.이번 설을 맞아 고향에 내려간 사람들 또한 이런 미루나무를 보고 왔을 것이다.흰눈만 듬성듬성한 빈 들녘,빈마을,잎 다 져버려 뻥뚫린 겨울하늘 속으로 치솟으며 유년을 지키고 서 있는 미루나무를 보며 이제 잃어버린 고향,동심을 아프게 느꼈을 것이다. 동시 또한 어린이만을 위한 시가 아니라 어른들의 동심을 일깨우고 지키는 시다.때문에 이씨는 동시를 쓰며 혼탁한 세파에 물들어버린 자신을 먼저 닦아 마음의 고향,동심으로 돌아가는 것이가장 어려웠다 한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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