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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추기’ 폐경 허브요법으로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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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로겐 호르몬요법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여성에겐 승마·성요한초 등 폐경증상을 줄여주는 복합제제가 좋다. [동국제약 제공]

 폐경은 여성에게 일대 사건이다. 지나간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인생의 전환점이다. 뇌가 흥분해 분노·불안·우울 등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는 시기다. 여성의 삶을 지배해온 여성호르몬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보통 50세 전후에 찾아온다. 흔한 증상은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안면 홍조. 식은땀·불면증·단기 기억력 저하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증상이 흔히 동반된다. 이 ‘중년의 노도(怒濤)’를 헤쳐나가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호르몬대체요법=여성호르몬의 분비가 거의 끊긴 폐경 여성에게 난포호르몬(에스트로겐)·황체호르몬(프로게스테론) 등 두 여성호르몬을 보충해주는 보편적인 치료법이다. 효과가 뚜렷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강동성심병원 산부인과 장재혁 교수는 “장기적으론 골다공증·심혈관 질환·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며 “안면 홍조·질건조증·성교통·불면 등 폐경 초기 증상뿐 아니라 요실금도 덜어준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유방암을 앓았거나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여성, 심장질환과 심각한 간질환, 원인 불명의 질출혈이 있는 여성에겐 추천되지 않는다. ‘혹’ 떼려다 큰 ‘혹’을 붙일 수 있어서다.


◆허브요법=승마(블랙 코호시)가 대표적이다.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전세일 원장은 “안면홍조·우울증·수면장애·식은땀 등 폐경 전기 증상의 개선을 돕는다”며 “환자의 80% 이상이 만족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산부인과 관련 학회지(Arch. Gynecol. Obstert. 276권)에 실린 연구논문엔 폐경 증상 완화에 효과적인 셋 중 하나(나머지는 여성호르몬·생활습관 개선)인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폐경 후 10∼30년 뒤에 나타나는 골다공증·심장병·치매 예방에 유익한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효과를 얻으려면 적어도 2주 이상 섭취해야 한다. 아침·저녁에 각각 1~2알이 적량이다.

오래 사용해도 복부 불쾌감·두통·체중 증가 등 부작용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장기 복용한 뒤 간부전을 일으킨 환자가 나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마의 라벨에 “간 질환자는 주의해서 복용해야 한다”고 표시하도록 했다.

성요한초(히페리시)는 서양에서 우울증 환자에게 널리 쓰인다. 이 허브는 혈압약·콜레스테롤약(스타틴 등)·바이러스약(에이즈치료제 등) 등과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복용 전에 주치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국내에선 승마·성요한초가 함께 든 약(동국제약 ‘훼라민Q’·참제약 ‘유니큐플러스’)이 출시됐다.

서울대병원 등 국내 7개 대형 병원에서 실시된 ‘훼라민Q’ 임상연구에선 효과·안전성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달맞이꽃 종자유도 안면 홍조·우울증을 가볍게 해준다. 그러나 승마에 비해선 효과가 약하다.

◆동종요법=동종요법은 낫고자 하는 병과 비슷한 병을 유발하는 약(동종요법 약)을 묽게 해서 사용하는 보완대체 치료법이다. 폐경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에게 흔히 처방되는 동종요법 약은 세피아·설퍼·펄사틸라(할미꽃) 등이다. 국내엔 세피아 등이 함유된 ‘클리마토플란’이란 약이 있다. 하루에 3알 정도를 빨아 먹으면 안면홍조·불면·우울감 등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렇다 할 부작용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통합의학센터 김정하 교수는 “폐경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에게 승마·성요한초 복합약과 ‘클리마토플란’을 주로 쓴다”고 말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 요법=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과 화학구조가 비슷하고 효과가 닮은 식물성 성분을 가리킨다.

콩에 든 아이소플라본이 여기 속한다. 몸안에서 마치 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하나 여성에게 미치는 힘(역가)은 합성 에스트로겐(호르몬제)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미약하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안면홍조·우울 등 폐경 초기 증상보다 심장병·치매 등 폐경 후기 증상 예방에 더 유익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최재경 교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든 식품은 콩(두부·된장 등 포함)·마·석류 등”이며 “미소·낫토 등 콩제품을 즐겨 먹는 일본 여성이 서구 여성에 비해 폐경 증상을 가볍게 경험한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폐경 증세 경감을 위해 태반주사를 맞는 여성도 있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허가한 태반주사의 적응증엔 갱년기(폐경) 증상 치유가 포함되지 않았다. 태반 경구약의 효과·안전성에 대한 연구도 아직 크게 미흡하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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