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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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니키 마우마우단원들이 전봇대 옆 이전 방석집 반지하방으로 몰려갔을 때 다섯 명의 여자애들은 한참 잠에 곯아 떨어져 있었다. “이거 본드 냄새 아냐?” 도철이 코를 킁킁거리며 방에 널려 있는 비닐 팩들을 내려다보았다.아닌게 아니라 방안 전체에 시큼하고 달콤하고 느끼한 야릇한 냄새가 가득 퍼져 있어 어찔 현기증이 일어날 판이었다. “이 계집애들,어제 본드하고 기분내다가 뻗었구먼.야,우리도 다섯 명이니까 하나씩 맡아서 먹어버릴까?” 용태가 어제 본 그초록 팬티 주인이 누굴까 하고 아무렇게나 자빠져 자고 있는 여자애들을 입맛을 다시며 둘러보았다.기달이 용태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문 옆에서 체육복 비슷한 바지춤에 두 손을 찔러넣고 자고 있는 여자애 어깨 를 발로 툭툭 차며 깨웠다. “야,일어나! 누구 허락을 받고 여기서 자고 있는 거야?” 하지만 그 여자애는 바지춤에서 한 손을 꺼내어 기달이 발로 찬어깨를 두어 번 주무르고나서 다시 이전 자세로 돌아갔다. “아직 본드에 취해 있나봐.정신들을 못 차리니.” 단원들이 각각 여자애들을 발로 차보고 어깨를 잡아 흔들어보고 하였으나 제대로 눈을 뜨는 여자애들이 없었다.길세가 여자애 하나를 아예일으켜 앉혀 상반신을 벽에 기대어 놓고 두 뺨을 때리기까지 하며 깨우느라 애를 썼다.그 여자애는 헐렁한 푸른 반팔 블라우스를 걸치고 있었는데 브래지어도 차고 있지 않아 길세가 여자애를흔들어댈 적마다 봉긋이 솟아오른 젖무덤이 앙증스럽게 함께 흔들렸다. “야,이 계집애야,정신차려! 아무리 본드를 했기로서니 이렇게 남자들이 쳐들어왔는데도 나 몰라라 하고 있어? 그래 가지고 계집애가 자기 몸을 어떻게 지키겠어?” 길세가 마치 여동생을 타이르 듯이 말을 뱉자 여자애 반응이 가관이었다. “씨팔놈들,하고 싶으면 해! 난 안할 테니까.난 상관없단 말이야!” 물론 고개를 꼬꾸라뜨린 채 잠꼬대로 흘리는 말이었다. “보아 하니 중학교 막 졸업한 치들 같은데.이것들,뭘 해서 먹고 사냐? 걱정되네.” 우풍이 홑이불을 걷어찬 어느 여자애의허벅지를 오른 손바닥으로 지그시 눌러보며 그 손을 안쪽으로 더밀어올릴까 어쩔까 망설이면서 중얼거렸다.그 여자애는 엉성하게나마 슈미즈 같은 잠옷을 입고 있어 더욱 육감적으로 보였다.그런데 희한 하게도 왼 팔꿈치에 빨간 장미꽃잎 문신을 하고 있어 팔꿈치가 움직일 적마다 장미꽃잎이 접혔다 펴졌다 하였다.글 조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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