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펀드란 건설회사가 갖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는 민간 펀드다. 정부가 10월 21일 건설사 유동성 지원 대책의 하나로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펀드 출범 자체가 불투명하다.
이 정책을 맡고 있는 국토해양부와 금융위원회는 빨리 미분양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세부 방안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분양 아파트를 펀드에 팔아 생긴 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놓고 두 부처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펀드 조성 방안에 따르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많은 은행 같은 금융회사가 미분양 펀드에 투자하되 건설사가 받은 매각대금은 금융권 대출을 갚는 데 사용한다는 것이다.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미분양 펀드에 투자할 사람이 거의 없어 이런 방식으로 금융회사 돈으로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은행은 펀드에 투자하는 대신 건설회사에 빌려준 돈을 받기 때문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추가 대출 여력도 커진다. 미분양 아파트를 팔게 된 건설사는 대출 원리금 연체 등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 위험에서 벗어난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분양 펀드 하나만으로 은행과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미분양 펀드가 성공하면 연기금 등 일반 투자자들도 미분양 펀드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올부동산자산운용의 정대환 실장은 “금융권이 PF 대출 총액(약 90조원)의 10%만 미분양 펀드에 투자하면 대출상환을 통해 PF 대출이 10% 줄고, 건설회사의 미분양은 30%가 해소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는 생각이 다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건 없다”며 "다만 미분양 아파트를 판 돈을 금융권 대출 상환용으로 사용하면 건설사의 부도 위험 때문에 분양보증을 선 대한주택보증의 부실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주택보증의 부실이 커지면 최악의 경우 건설사가 쓰러졌을 때 아파트 완공을 보증할 수 없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주택보증 관계자는 “우리가 매각대금을 받아 일괄 관리하면서 향후 건설사의 사업비가 부족해지면 그때마다 자금을 공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 안은 금융회사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미분양 아파트를 판 돈을 대한주택보증에 줘 건설회사가 사업을 계속하도록 만드는 게 건설경기를 살리는 데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양측이 맞서는 가운데 미분양 아파트는 더 쌓이고 있다. 9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해 말보다 40% 늘었다.
한 시중은행의 여신담당 관계자는 “하루라도 빨리 미분양 펀드를 출범시키는 게 건설사는 물론 금융회사에도 도움이 되는데 두 부처가 맞서면서 시간만 흘러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