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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오바마, “구글 같은 회사 매년 하나씩 나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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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일러스트=박용석 parkys@joogang.co.kr

미국 차기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8월 바이든 부통령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발표할 때 TV 매체가 아니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이 소식을 처음 전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문자메시지는 지구촌 20억 명이 쓰고 있기에 그의 발신 소통 능력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오바마는 e-메일은 물론이고 위키피디아·유튜브와 플리커 포토앨범 같은 정보기술(IT)의 이기(利器)를 일상생활이나 정치활동에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미국의 첫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성장동력·국정운영과 관련된 오바마의 IT 구상을 중앙일보 경제연구소가 분석해 봤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0년대의 ‘라디오 매스터’였다면, 케네디 대통령은 60년대의 ‘TV 매스터’였다. 오바마는 ‘유튜브 대통령’쯤 될까.

오바마의 당면 과제는 기우는 미국 경제를 되살리는 일이다. 미국의 중장기 경제정책과 산업경쟁력을 들여다보는 이들은 오바마가 IT를 핵심 수단으로 삼을 것으로 본다. 이는 오바마가 자신을 뽑아준 중산층 지원을 정책의 중심에 두려는 것과 연관이 있다. 전 국민이 교육·복지·의료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는 가운데 경제의 성장동력을 찾아내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사회경제 이노베이션 전략’이라고 부른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부르짖는 ‘신 뉴딜정책’ 과 맥을 같이한다.

◆IT를 국정 운영의 축으로=오바마는 IT를 이런 일의 추진체로 활용하려고 한다. 우선 저비용 정부의 운영이다. 소비자 제작 동영상으로 대표되는 유튜브형 소통장치를 정부와 국민 사이에 놓으려 한다. ‘브로드밴드’라는 차세대 초고속통신망에 전 국민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톱다운(상의하달)’에서 ‘버텀업(하의상달)’ 정책으로 전환해 정책비용과 이해집단 간 마찰을 극소화하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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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는 교육·과학기술·환경·에너지·의료 등 모든 분야에 기여한다. 요컨대 오바마 정부는 IT 산업을 키우면서 IT를 활용해 다른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앨 고어 부통령에게 맡긴 ‘정보통신 수퍼하이웨이 정책’과 ‘지구온난화 대응 환경정책’을 오바마 본인이 직접 챙긴다. 기업으로 친다면 오바마는 자신의 구상을 밀고 갈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미국 정부로선 처음 선임할 것이다. CTO는 IT에 정통하고 과학기술을 폭넓게 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2006년 10월 당시 오바마 상원의원은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구글 본사를 방문했다. 종업원 중에 아시아·동유럽계는 보이는데 흑인과 라틴계가 없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비용과 정부 규모를 줄이는 것만으론 중국·인도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절감했다. 그는 거기서 ‘이노베이션 이코노미’, 즉 혁신경제를 영위하려면 구글 같은 회사가 적어도 매년 하나씩은 나와 줘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IT 기반 정책은 이미 이때 싹트기 시작했다.

◆관련 산업에 IT 접목=오바마가 상원의원이 된 지 1년째 되는 2005년, 그는 ‘하이브리드차와 의료비 교환법안’을 제출했다. GM 등 ‘빅3’ 자동차 회사의 경영 부담이 된 근로자 의료비와 관련해 정부가 기금을 만들어 주는 대신 저연비 차 개발을 위한 투자를 유도하는 내용이다. 그는 자동차산업이 100만 명을 고용할 수 있다고 본다.

오바마는 미국 내 이산화탄소 배출량 거래 제도를 지지한다. 배출권 배분을 정부가 할당하지 말고 입찰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들어올 것으로 보이는 연 150억 달러의 정부수입을 그린 에너지 개발에 활용할 방침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다음에는 미국의 국가경쟁력이 희생양이 될 판이다. 이 나라 민간기구인 국가경쟁력평의회는 11월 11일 “미국의 경쟁력을 되살릴 과감한 투자를 오바마 취임 후 100일 안에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레이그 바렛 인텔 회장도 이에 동참했다. 이어 11월 18일에는 에릭 슈미트 구글 대표가 워싱턴의 한 모임에서 “정부 지원 아래 이뤄지는 대학 연구가 미국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경쟁력평의회는 일찍이 2004년 ‘이노베이트 아메리카’ 같은 방안을 내놓으며 미국의 과학기술력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신 성장동력의 주역=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의 기회·번영·성장을 약속하는 새 정책을 만드는 ‘해밀턴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그 일환으로 2006년 12월 ‘과학기술과 이노베이션을 통한 기회와 성장의 촉진’ 주제의 포럼을 열었다. 멤버는 로버트 루빈(당시 씨티그룹 회장), 로런스 서머스(하버드대 교수), 윌리엄 브로디(존스 홉킨스대 총장) 같은 쟁쟁한 인물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활약하는 로라 타이슨 캘리포니아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국제경제연구소(IIE)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90년대에 클린턴 정부의 첨단기술산업 보호주의 전도사 역할을 했다. 당시 IIE에는 폴 볼커·폴 크루그먼·로런스 서머스 등이 포진했다.

곽재원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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