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淸論>부패라는 '民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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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스웨덴의 군나르 뮈르달은 남아시아의 빈곤에 대한 10년간의 연구결과를 담은.아시아 드라마'로 197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이 연구에서 뮈르달은 빈곤의 원인으로 인구과잉이나 자원부족등 지금까지 논의돼오던 경제적 요인 말고도 부 패가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경제학자로서는 처음으로 깊고 심각하게 다뤘다. 그는 경제개발에 있어서 경제적이고 수량적인 접근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발전을 저해하며 저지하고 있는 비경제적 요인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다고 갈파했다.그러나 지금까지 비경제적인 요인에 대한 연구는 미약했고 특히 부패문제는 정치 적 또는외교적 이유때문에 연구주제로서 터부로 취급되었고 학자들사이에도드물게 취급되었다. 오히려 남아시아에서 부패문제는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정치나 경제활동에서 윤활유로까지 생각됐다.그래서 부패는 정치인이나 고급관리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부문에 만연돼 하나의 민속이 되었고 이렇게 형성된.부패라는 민속'은 분노의 대상이 아니라 질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은 대다수 국민이 70%의 칼로리를 쌀에서 섭취하고 한벌의 옷으로 살아가는 60년대 남아시아에서 부패가 경제발전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 자본주의는 이윤동기와 시장기능에 의해 움직여야 하고 기업은 비용과 수익의 계량적 기초위에서 경영돼야 한다.그러나.뇌물'.연고관계'.급행료'등으로 형성된 뮈르달의 부패라는 민속이 기업경영의 주요 변수가 될 때 부패는 경제발전의 강한 저지요인이요저해요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부패는 정부에 대한 존경심을 감퇴시키고 정책 비합리성을 높이고 효과가 미치는 범위를 축소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뮈르달은 서구에서도 2백년 전까지는 부패가 만연하였지만 중상주의와 현대복지국가간의 중간기,즉 국가의 활동이 최소한으로 축소됐던 자유주의 시대에 결정적으로 개선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 요인은 상류계층의 기독교적인 도덕성이 높아지고 하류층의 처우개선이 동시에 이뤄졌고 특히 하급공무원에 대한 보수의 대폭적인 인상과 사회경제적 지위가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에 일어난 한보철강의 5조원에 달하는 거액 부도사건을 보면서 우리 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답게 선진경제가 되기 위해서는 뮈르달이 말하는 부패라는 민속에 대한 깊은 연구분석과 이에 따른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5조원의 부실채권은 금융기관의 경영을 악화시켜 금리인하의 저해요인이 되고 이와 관련된 검은 커넥션의 자금은 부동산 투기와과소비로 연결,부동산가격과 임금의 상승요인이 돼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제수지 적자를 더욱 악화시 키는 요인으로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OECD가 중심이 돼 논의되고 있는 부패국가의 기업에대한 규제장치를 만들자는.부패라운드(Corruption Round)'의 타깃이 될까 걱정이다. 힘있는 사람에게는.알아서 기고'.눈도장'이라도 찍어놓아야.괘씸죄'에 안걸리는 풍토.돈이면 다 되고 법보다는 주먹과 떼가 앞서는 세상.규정보다 지시가 무섭고,없애고 없애도 자꾸 나오는불필요한 행정규제들.이러한 토양에서 형성된 부패 라는 민속을 깨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고비용 저효율의 트랩'에서 탈출하기 어려울 것이다. 〈통상산업부 차관〉 강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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