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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9·11 테러 악몽이 되살아난 뭄바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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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인도의 경제·금융 수도 뭄바이가 당했다. 26∼27일 뭄바이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규모 연쇄 테러로 125명이 목숨을 잃고, 327명이 다쳤다. 테러범들은 고급 호텔들과 기차역·영화관·병원 등 사람들이 붐비는 곳 10군데를 골라 동시다발적 공격을 감행했다.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졌다. 호텔 투숙객들을 인질로 잡기도 했다. 7년 전 뉴욕을 덮쳤던 9·11 테러의 공포가 뭄바이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우리는 가장 강력한 언어로 이번 테러를 규탄하며, 인도 정부가 철저한 조사로 테러의 배후를 밝혀내기 바란다.

전문가들은 9·11 테러의 주범인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보다는 인도 내부에 근거를 둔 자생적 테러 조직의 소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도 이슬람학생운동(SIMI)’의 산하 조직인 ‘인도 무자헤딘’을 배후로 보는 견해도 있다. 카슈미르 분쟁과 관련한 인도 정부의 강경 노선에 반발한 파키스탄 내 이슬람 세력이 인도의 이슬람 테러 조직과 공모해 일으킨 범행이라는 관측도 있다. 배후와 목적을 떠나 이번 테러는 현존하는 실체적 위험이며, ‘테러와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임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테러의 배후를 찾아내 처벌하는 것 못지않게 테러의 원인을 규명해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11억 인구의 인도는 급속한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혜택에서 소외된 절대빈곤층이 인구의 40%에 달한다.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 종교 갈등과 함께 신분 질서에 따른 계층 갈등도 심각하다. 같은 핵 보유국인 파키스탄과는 수십 년째 국경 분쟁 중이다. 대내외적 갈등 요인을 해소하지 않으면 테러가 경제대국으로 가는 인도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