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파문>같은 땅 27번 겹치기 담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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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보그룹과 거래해온 주요 금융기관들이 정태수(鄭泰守)총회장 소유의 서울송파구장지동552 일대 3만8천여평을 정상적인 금융관행에서 벗어나 20여차례나 담보로 잡고 대출등 금융혜택을 줬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일반인이라면 같은 땅을 담보로 두번 대출받기도 어려운데한보측은 채무를 갚지 않은채 계속 장지동 땅을 금융기관에 잡혀땅 값을 크게 웃도는 금융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2일 본지 취재팀의 확인 결과 장지동 땅에는 81년부터 지금까지 조흥은행 7회,상업은행 4회,제일은행 1회,대한보증보험 8회등 8개 금융기관에 27차례(이중 한보 소유의 다른 부동산을 함께 잡는 공동담보 25차례)의 담보가 설정돼 있는 것으로밝혀졌다. 공시지가로 1백23억원(시가 2백억원)에 불과한 이 땅에 금융기관들이 담보로 잡은 금액을 모두 합하면 6천억원대에 이르러지가(地價)를 과다 산정해 특혜 대출해줬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한국보증보험은 장지동 땅이 이미 11차례나 담보로 잡혀 있었는데도 91년 이 땅만을 담보로 50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92년 강원은행도 그동안 24차례나 잡혀 있는 땅을 1백억원에 담보로 잡았다. 한보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이철수(李喆洙)행장 시절인 95년11월 이 땅과 부산시사하구 한보철강공장 부지및 개포동.일원동 일대 鄭총회장 일가 땅등을 묶어 2천5백억원대의 담보를 설정했다. 그러나 회계.법무 전문가들은“부동산 담보를 까다롭게 잡는 은행 관행을 감안하면 특혜가 아니고선 이같은 담보 설정이 불가능하다.특히 보증보험.강원은행에 의해 1백50억원대의 단독 담보가 이미 설정돼 있는데도 제일은행등 시중 금융기관 들이 잇따라금융혜택을 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 일대는 현재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는데다 지난해 송파구 쓰레기소각장 부지로 선정되면서 그나마 매매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보측은 이 곳에 있던 신흥연와의 기존 시설을 이용,80년대중반까지는 건축용 벽돌등을 생산하다 채산성이 떨어지자 현재는 계열사의 자재 창고로 이용중이다. 〈신준봉.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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