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사의부모고민상담>부모를 욕으로 지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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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문> 우연히 고1 딸아이가 친구와 통화하는 내용을 엿듣게 됐습니다.아이가 그X,저X하고 욕을 하길래 누구보고 저러나 들어보니 바로 저를 지칭하는 것이었습니다.너무나 놀라 거의 주저앉을 뻔했습니다.지금까지 어떻게 해야할지 말도 못꺼내고 있 어요. 오경희〈서울영등포구여의도동〉 <답>부모가 보지않는 곳에서 부모욕을했다면 친구끼리 쓰던 말이습관이 되어 부모에게도 쓰게 된 듯합니다.부모조차 무시한다는 과시로서,아니면 부모에 대해 심한불만이 쌓여 그랬을 수도 있어요.또 부모의 말 습관을 따라하게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어쨌든남에게 부모를 욕으로 지칭하는 것은 보통 아이라면 하지않는 매우 잘못된 언어습관과 누적된 문제들을 반영하는 거죠. 일단 아이에게 통화내용을 일부러 엿들은게 아니라 우연히 듣게됐음을 충분히 설명하고 얘기를 꺼내보세요.너무 화가 나서 감정통제가 어렵다면 편지를 이용하세요.간접적으로 다른 가정에서 있었던 일처럼 아이생각을 물어보기보다 부모로서 솔 직한 기분을 표현하세요.야단치려는 것이 아니라 참담해서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말입니다.아이가 대화를 피하려 한다면 통화 때의 기분과 이유등에 대해 좀 생각하고 다시 얘기하자고 해보세요. 말은 자신의 인격을 나타내며 한번 자극적인 말을 사용하면 다음에는 좀 더 거칠어야 속이 후련하고 그러다보면 점점 더 과격해지는 법이죠.그러니까 처음부터 거친 말을 사용하지 말라고 설명해주세요.친구가 거친 말을 쓸 때 아이가 순하게 받으면 친구도 멋쩍게 느낄 것이라고 말해주세요. 부모언행을 모방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부모 스스로고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하지만 부모가 어쩌다 이성을 잃어 존경스럽지 못한 행동을 했다고 해서 아이도 함부로 한다는 것은 잘못이란 점을 알려주세요. 불만이 있으면 하나씩 풀어나가자고 하세요.하지만 이럴때 모두부모탓이라든지 부모욕을 하게된 심정을 이해한다는 식의 자세는 보이지 마세요.부모는 부모이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자식이 부모를욕으로 지칭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가치관을 확립하는 시기의 아이들에겐 해야할 일과 해서는 안될일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어줄 수 있는 부모의 권위가 필요합니다.그런데 부모의 권위는 아이가 어릴때 세워져야해요.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섰을 땐 오히려 엄격함을 필요에 따라 완화시켜 주는게 좋습니다. 최근엔 아이가 부모를 향해 욕설과 폭력을 행하는 충격적인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요.그 원인의 하나로 부모의 과잉보호와 공부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꼽고 있습니다.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웃어른에 대한 예절을 보여주고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자녀가 어른보다 우선인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한숙자<교육심리학 박사.연세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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