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 명품 코스 요리 … 속은 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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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국 뮤지컬이 일찌기 경험하지 못한 무대로 공연장을 꽉 채웠다. 천장에서 내려온 지붕, 백스크린에서 쏘아올린 은은한 불빛, 다소 어둡게 절제미를 간직한 조명 등 사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이었다. 이 얼마나 상반되는 말인가. 이런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관객의 표정은 들떴다.


작품의 톤은 일정했다. 서둘러 웃음을 유발하지 않았다. 하나 둘 떠나가는 딸을 보며 세상의 변화를 실감하는 테비에의 모습도 공감을 주었다. 조연·앙상블·음악 등 각 파트별로 일정수준 이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허전했다. 왜 그럴까. 대표곡 ‘선 라이즈 선 셋’의 익숙한 선율뿐, 가슴을 치는 노래는 없었다. 러시아의 핍박으로부터 마을을 떠나가는 테비에 가족의 슬픈 이야기 역시 뭉클함보단 관찰의 수준이었다. 관객이 뭘 원하는지, 어떤 강렬함을 요구하는지 작품은 핵심을 파고들지 못했다.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명품 코스 요리를 먹었지만 정작 입맛을 확 당기는 메인 요리는 끝내 맛보지 못한 느낌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12월 2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501-7888. 1588-7890.

최민우 기자


◆전문가 별점

·박병성(더 뮤지컬 편집장)

★★★★☆ 러시아의 한 지역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사실적인 무대만으로도 풍족하다.

·정수연(한양대 연극영화과 겸임교수)

★★★★ 삶이 묻어남을 보여주었다.

·원종원(뮤지컬평론가)

★★★☆ 작품의 완성도는 대체로 흡족. 하지만 노주현의 테비에는 영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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