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이제는 산업이다] 4. 영국선 私보험 활성화로 진료 차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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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국가의료제도(National Hea-lth Service.NHS)는 세금으로 재원을 충당한다. 진료비는 공짜, 병원은 국가 소유가 원칙이다.

하지만 고령화로 인해 의료 수요가 늘고 의사들이 일반 의사(주치의 개념의 동네의원)를 기피하면서 진료받는 데 1년을 기다리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일부 환자는 해외로 빠져나갔다.

그래서 찾은 답이 민간 자본의 활용이다. 10여년 전부터 사보험제도를 도입했는데 여기에 들면 진료 대기가 거의 없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연 2000파운드(약 440만원)짜리 사보험을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2000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11.5%인 368만5000명(피부양자 포함 687만7000명)이 가입해 있다.

획일적인 국영 병원만 고집하다 민간 병원도 허용했다. 누구나 병원을 지어 의사를 고용하면 된다. 이 병원들은 NHS 환자(우리로 치면 건강보험 환자)는 받지 않는다. 사보험 환자가 고객이다.

일부 NHS 병원(국영 병원)은 병상의 일부를 떼내어 사보험 환자를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병원 이사회가 "우리 병원은 몇 %까지 사보험 환자를 받을 수 있다"고 원칙을 정하면 그만이다. 10% 정도로 정한 데가 많다.

모자라는 병원 운영비를 사보험 환자에게서 충당해 진료 서비스 향상이나 연구개발에 사용한다. 블레어 정부도 집권 초기 민간 병원을 제한했으나 불가피성을 인정해 최근 다시 허용했다.

조합방식 의료보험제도의 시조인 독일도 경쟁과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의료제도를 개혁하고 있다. 연간 총소득이 4만5900유로(약 6400만원) 이상인 자영업자와 전문직 등이 사보험에 가입한다. 총인구의 9.1%가 가입해 있다. 의료보험 환자는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하지만 사보험 가입자는 즉시 진료받을 수 있고 약값도 전액 보험을 적용받는 등 차이가 있다.

독일 정부는 2002년부터 의료보험 가입자들이 541개의 의료보험조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조합 간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효율성을 높이자는 의도다. 우리나라도 과거 의료개혁위원회 등에서 사보험 도입을 요구해 2001년 말 구체적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계층간 위화감 조성, 건강보험 붕괴 등의 이유로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다.

특별취재팀=신성식.정철근.이승녕.권근영 기자, 오병상 런던 특파원, 유권하 베를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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