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플러스] 車보험료 담합 금감원이 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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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한도 안에서 보험료를 낮췄는데 금융감독원이 과당 경쟁이라고 문제삼아 다시 올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2월 자동차 보험료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5개 손해보험사는 '억울하다'며 이렇게 항변했다. 공정위는 4개월여 조사 끝에 "금감원이 잘못했다"며 손보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 사무처는 최근 전원회의에 "금감원이 경쟁을 제한하는 행정지도를 했다"는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올렸다. 공정위가 비공식적으로 다른 기관의 행정지도를 문제삼은 적은 있으나 공정위 최고 의결기구인 전원회의에 상정까지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대신 공정위는 법을 어겼는지를 따지는 안건이 아니라 금감원에 문제점을 통보할지를 결정하는 안건으로 상정해 금감원의 체면을 살려줬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으나 금감원에 잘못을 지적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며 "이번주 안에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당 경쟁을 막으려는 금감원과 경쟁을 장려하는 공정위가 반목한 것은 한두 해 된 일이 아니다. 그때마다 애꿎은 금융회사들만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급기야 2002년 10월 서울고법은 "금감원의 행정지도에 따라 손보사들이 보험료를 올린 것은 보험업계 실정을 고려할 때 담합으로 볼 수 없다"며 74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기도 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한쪽에선 시키고 다른 쪽에선 제재하는 엇박자 행정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행정지도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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