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마당>복지사회는 약자보호에서 시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나는 몇해 전 시각장애를 입은뒤 재활교육에 임해 지금은 맹인안내견과 함께 길을 걸을 수도 있게 됐다.하지만 안내견을 사용해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이 때론 힘에 겨울 때가 있다.그것은 안내견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안내견에 대해 좀처럼 인식의문을 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를 느끼고자 문화생활에 적극적인 나는 최근 영화를 즐겨 보게 되었다.비록 장면은 보지 못하지만 음악과 대사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얼마전 영화를 보러 어느 극장에 갔을 때의 일이다.물론 안내견과 함께였다.그러 나 개는 극장에 입장이 불가능하며 그것이 규칙이라는 극장측의 막무가내식 제지에 부닥쳤다.경찰관 또한 공공장소이기 때문에 안된다며 우리를 제지했다.
애완견의 입장이 불가하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하지만 맹인 안내견은 나의 눈이기 때문에 떨어져 있을 수 없는 입장이고,철저한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나의 설명에도 경찰관은 자기가 보기에는 그냥 개일 뿐이라 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었다.
시각장애인은 공공장소에 안내견과 함께 들어갈 수 없다고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 가정 이외에 사적인 장소가 얼마나 되겠는가.
공공장소에 안내견이 갈 수 없다면 나같은 사람은 집안 이외에는갈 수 있는 곳이 없다.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복 지사회를 지향하고 있다면 사회의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진정한 공정성이나 공공질서는 약자의 보호에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대환〈경기도고양시마두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