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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클레이메이션 영화‘월레스와 그로밋’ 내달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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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사람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흙은 우리에게 고향처럼 친숙하고 따스하다.플라스틱과 컴퓨터의 세상이지만 토기나 도자기가 투박한 질감으로 우리에게 남다른 정감을 자아내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런 흙으로 빚어낸 인형들이 엮어가는 애니메이션영화 ‘월레스와 그로밋’(원제 Wallace & Gromit;)이 2월1일 국내에 개봉된다.진흙애니메이션(클레이메이션)전문 제작사인 영국 아드만스튜디오의 대표작으로 네티즌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색다른 애니메이션이다.

클레이메이션으로 세차례나 아카데미상을 받은 닉 파크감독의 ‘월레스와 그로밋’은 영국의 평범한 아저씨 월레스와 애견 그로밋이 겪는 사건과 모험을 유머러스하게 그려가는 단편시리즈.엉뚱함이 번뜩이는 영국적인 풍자·유머와 탄탄한 이야기 구성도 놀랍지만 ‘하루에 1∼5초 분량’정도밖에 찍을 수 없다는 엄청난 수작업에 의한 정교한 동작이 놀라움을 자아낸다.

제작은 점토로 인형을 빚은 뒤 동작 하나하나를 손으로 만들어 한장 한장 찍어 연결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진행된다.일반 만화영화가 연결동작의 순간순간을 ‘그리는 것’과 달리 여기서는 ‘만드는 것’이다.그런데도 연결이 매우 자연스럽고 등장인물들의 표정연기가 풍부하다.진흙이라는 질감이 주는 따스함도 큰 장점.1백% 컴퓨터애니메이션으로 이루어진 ‘토이스토리’가 재미는 있지만 약간 ‘금속적’인 느낌을 준다면 ‘월레스와 그로밋’은 훨씬 ‘자연적’이다.

고된 수작업과 정교한 촬영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캐릭터 선정도 매우 조심스럽게 했다고 한다.원래 영국인들은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수다쟁이 고양이를 등장시킬 생각이 있었지만 그 수다를 다 표현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개로 바꾸었다고.그래서 그로밋은 입이 없다.입은 없지만 눈썹과 눈동자 연기로 풍부한 감정표현을 해내는게 재미있다.주인공인 월레스는 대머리.머리카락이 있으면 제작이 훨씬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봉하는 작품은 단편 3편.90년 작품인 ‘화려한 외출’(22분)과 93년 아카데미상 수상작인 ‘전자바지 소동’(27분),95년작 ‘양털도둑’(30분)이다.그로밋과 악당 펭귄이 등장하는 ‘전자바지 소동’은 27분 분량이지만 제작에 무려 13개월이 걸렸고 1천5백만달러의 제작비가 소요됐다. 움직이는 그림들이 이야기를 엮어가는 애니메이션은 80년대까지 사양산업이었으나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영상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분야.‘라이언 킹’등 디즈니가 주도하던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기법 외에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전야의 악몽’처럼 인형을 이용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토이 스토리’와 같은 컴퓨터애니메이션등 다양한 기법이 나오고 있다.또 실사와 컴퓨터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스페이스잼’같은 영화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월레스와 그로밋’은 케이블TV와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국내에 소개돼 컴퓨터통신의 관련동호회등에선 이미 고급스런 유머와 재패니메이션(일본만화)에선 볼 수 없는 따뜻한 시각을 지닌 걸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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