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뉴얼 비서실장과 함께 한·미 FTA 적극 옹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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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호 24면

‘강력하고 창의적인 협상가(tough and inventive negotiator) ‘분쟁 해결사(troubleshooter)’….

오바마 경제팀-상무장관 유력한 빌 리처드슨

빌 리처드슨(61) 뉴멕시코 주지사에게 붙는 수식어다. 그는 버락 오바마의 대선 승리 이후 국무장관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하지만 오바마 당선인의 권력 배분 과정에서 리처드슨은 국무장관 자리를 클린턴 힐러리 상원의원에게 내주고 상무장관으로 낙착되는 분위기다.

그는 미국 지도층 가운데 대표적 지한파다. 대북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서 평양을 여섯 차례나 방문했다. 우리 정부로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앞두고 차기 행정부 각료 중 우군을 확보한 셈이다.

고위 외교 관계자는 “리처드슨은 램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와 함께 차기 행정부에서 한·미 FTA를 적극 지지하는 인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미 의회가 FTA 비준에 소극적 자세로 나오자 이태식 주미 대사와 리처드슨 주지사가 만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때 리처드슨은 “안타깝다. 막후에서 내가 한번 의원들을 움직여 보겠다”고 말하고 이를 행동에 옮긴 것으로 전해진다.

FTA 비준 문제는 미 의회와 무역대표부(USTR)가 주무 부처여서 상무부 역할은 제한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계는 있지만 미 각료 중 한·미 FTA를 적극 지지하는 인사가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리처드슨은 자신의 정치 행보 중 잘못 처리한 이슈와 관련, “의회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비준에 힘을 쏟은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FTA 자체가 아니라 비준 이후 정치적 부담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소탈하고 직선적 성격을 갖고 있다. 북한·이라크·쿠바 등 이른바 ‘불량국가’를 넘나들며 해결사를 자처했다. 94년 비무장지대(DMZ)에서 주한미군 헬기가 북측 경계선을 넘어가 교전 끝에 미군 1명이 사망하고 1명(보비 홀 준위)이 억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리처드슨 당시 연방 하원의원은 평양을 직접 찾아갔다. 사건 발생 닷새 만에 북한은 사망자 유해를 넘겨주고 홀 준위를 석방했다. 그의 수석보좌관인 한국계 미국인 토니 남궁은 수시로 북한을 드나든 한반도 전문가다.

멕시코의 사회주의자인 어머니와 니카라과 출생인 은행가를 아버지로 둔 리처드슨은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서 태어났지만 10대 중반까지 멕시코시티에서 살았다. 그래서 영어보다 스페인어가 더 유창하다. 7선 하원의원(뉴멕시코주)에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주유엔 대사와 에너지장관으로 일한 경륜을 갖고 있다. 대학 시절 야구팀 투수로 활약했는데, 메이저리그 후보로 꼽힐 정도였다. 리처드슨은 기네스북에 하루에 가장 많은 사람과 악수한 기록(1만3392명)을 갖고 있다. 2002년 뉴멕시코 주지사 선거 때였다. 그는 과감한 개혁과 투자 유치를 통해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주(州)로 꼽히는 뉴멕시코주를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6년 재선에서 69%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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