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종부세 일단 ‘6억원’으로 봉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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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은 21일 종합부동산세의 과표 기준을 6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종부세 세율과 1주택 장기보유자의 보유 기준 등 다른 쟁점에 대해선 당 지도부에 일임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이와 관련, 장기보유 기준에 대해선 감세 시점은 5년 이상으로 하되 감세 폭을 점차 늘려 10년 이상은 면제해 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5년부터 감세해 10년이 되면 제로가 되는 안을 말한 적이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장기보유자 헌법 불합치 결정 취지는 ‘감(減)’하라는 게 아니라 ‘감면(減免)’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보유 기준을 8년 이상으로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농지의 경우 양도세를 감면해 주는 시점이 8년”이라며 ‘8년안’을 제시했었다.

정부의 ‘0.5∼1% 세율 인하안’도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행 종부세 세율(1~3%)이 지나치게 높다”며 개정안을 국회에 냈었다. 이에 대해 정책위 관계자는 “0.5∼1% 세율 인하안은 헌재 결정 취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만큼 조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종부세 과표 기준을 6억원으로 유지하되 부부가 동거하는 1주택자에 대해서는 3억원을 공제해 줘 사실상 9억원의 과표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야당과 협의할 계획이다.

◆종부세 논란, 봉합됐나=이날 당론을 정함으로써 종부세를 둘러싼 당내 논란은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홍 원내대표는 “이제 당론이 정해진 만큼 종부세 관련 나머지 의견은 모두 개인 의견”이라고 못 박았다. “당론을 따르지 않으면 일탈”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안에 대한 당내 이견 조율이 없어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 이날 의총에서 “세율은 (정부안이 아닌) 기존 안대로 가야 한다”(김성태 의원)는 주장과 “1000만원을 뺏어 가서 500만원을 돌려주는 게 무슨 특혜인가”(나성린 의원)라는 주장이 부닥쳤다. 당 지도부도 “갈등이 없다”고 하지만 공개 석상에서조차 종부세 관련 입장에 온도 차를 보인다. 이날 의총에 앞서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홍 원내대표는 “종부세 전체가 위헌 판결이 나지 않은 것은 부자가 돈을 더 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취지”라고 한 반면,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세금을 내고 억울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식민지 시대에서나 있을 수 있는 감정”이라고 말했다.

“종부세는 악법으로 재산세와 합쳐야 한다”(나 의원)는 의총 발언에 대해 홍 원내대표는 “말하는 것은 자유지만 의총은 끝났다”고 했다. 하지만 임 의장은 “나 의원의 생각이 아주 정확하다. 종부세를 깎는다고 가진 자가 세금을 덜 내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평가했다.

권호·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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