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학교육비 원가분석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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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학 등록금의 합리적 책정은 대학교육은 물론 그것을 둘러싸고있는 사회전반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문제다.해마다 연초만 되면등록금 책정은 대학가의 단골.갈등 현안'이 된다.
문제의 초점은 등록금 인상폭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에 모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 결정방식과 참여범위를 놓고 당사자간 이해가 엇갈리고 서로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린다.일부대학에서는 대학 본연의 교육과 학사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대학 당국과 학생들이 등록금 책정을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벌이기도 한다.
이제는 그동안의 구태에서 벗어나 좀더 발전적인 대학 등록금 책정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먼저 등록금 책정의 기본 주체인 대학당국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대학 등록금은 물가상승률이나 인건비인상률,교육여건의 개선계획은 물론 다 른 재원의 확보 가능성을 고려해 적정 인상률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개별대학이 자체적으로 교육비를 분석해야 한다.이는 개별대학에 맞는 계열별 교육비 차이도 설정은 물론,교육비 추가소요를 바르게 파악함으로써 등록금 인상률을 합리적으로결정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그동안 많은 대학들은 전년도의 등록금에 물가상승률등 몇 가지지표를 연동하거나 인근대학의 눈치를 보는 방법에 크게 의존해 왔다.이미 상당수의 대학들이 교육비 분석을 시도하고 이를 등록금 책정에 반영하고 있지만 좀더 적극적으로 노력 해야 한다.그러나 교육비 차이도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면 계열간 등록금 차이가지나치게 커져 계열별로 학생수요가 급감하거나 교육기회가 제한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장기계획에 따라 단계적.점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전공별 사회적 기여도 및 수요의 탄력성등을 고려해 실제 교육비 차이도에 융통성을 부여해야 한다.미국의 경우 학부 등록금은 대개 비슷한 편이지만 최근 들어 실제 소요 교육비라든가 대학졸업후 미래소득의 정도에 따라 등록금에 차 등을 두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학은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재원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그럼으로써 대학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추가소요액을모두 학생 등록금에 전가하려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특히 대학재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대 학재정의 운영상황이 공개되지 않는 한 대학측이 여타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최대한 노력하고 철저한 교육비 분석을 통해 등록금을 책정하더라도 교육소비자들로부터 신뢰받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정부당국은 대학 등록금 문제가 불거져 나오게 된 근본원인인 사립대학의 재정난을 직시해야 한다.우리나라 고등교육에서 사학의 비중은 5분의 4를 훨씬 넘는다.그동안 사학은 정부재정능력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해왔다.이제 국가 가 사학을 보조할 때가 되었다.이는 사립대학 등록금 인상률을 낮출 수 있는좋은 해결책이기도 하다.
최근 물가당국이 대학 등록금을 한 자릿수로 낮추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그러나 대학들은 등록금 이외의 재원 확보책이 막막한 가운데 한 자릿수의 인상만으로는 현상유지밖에 못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결국 사립대학의 등록금 책정이 자율 화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등록금 이외의 대학재원을 늘려 주지 않는 한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률을 한 자릿수로 낮추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金秉柱 영남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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