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국무장관 직접 제의 … 힐러리 긍정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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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3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주자 토론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左)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웃으며 귀엣말을 던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AFP=연합]


오바마는 힐러리에게 외교를 책임지는 국무장관을 맡아 달라고 직접 제의했다. 힐러리 측은 그걸 긍정 검토하고 있다. 오바마는 또 힐러리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를 요직에 기용하고 있다.

힐러리는 이번 주 중 국무장관 자리를 맡을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CNN방송이 19일 보도했다. 미국 언론은 힐러리가 장관직을 받을 걸로 보고 있다. 그런 가운데 남편 클린턴은 에이즈 퇴치 등의 활동을 해 온 자신의 자선재단 운영 내용을 공개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백악관을 떠난 뒤 각국 지도자와 기업인 등으로부터 5억 달러 이상을 모금했으나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그래서 깨끗하지 않은 돈을 받았다는 소문도 돌았다.

오바마 측은 힐러리를 국무장관 후보로 고려하면서 이 점을 걱정했다. 클린턴 재단의 불투명성이 상원 인준 과정에서 힐러리의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클린턴이 재단의 비밀을 공개하기로 한 건 그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힐러리가 국무장관이 되면 외교 분야에선 대통령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개성이 강한 데다 그의 세력도 강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권력의 심장부엔 힐러리 부부와 인연이 깊은 사람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다. 램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 그레그 크레이그 백악관 법률고문 내정자가 대표적이다. 이매뉴얼은 92년 클린턴이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캠프의 선거자금 조달을 책임졌다. 그런 그를 클린턴은 백악관 정책보좌관으로 중용했다.

크레이그는 클린턴 집권 당시 백악관 법률고문을 지냈다. 모니카 르윈스키 성 스캔들로 클린턴 전 대통령이 탄핵받을 위기에 처했을 때 크레이그는 변호팀을 지휘했다. 백악관 경제자문회의에서 클린턴 특보를 지낸 피터 오스자그는 백악관 예산관리국 책임자로 내정됐다.

오바마가 힐러리 측 인사를 많이 쓰는 것과 관련해 통합과 포용력의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곱게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변화의 의지가 퇴색한 것 아니냐” “국정운영에 자신이 없는 것 아니냐”는 등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CNN방송과 로이터통신 등은 보도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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