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파업정국 강.온 양기류 혼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파업정국을 보는 여권의 시각에는 상반된 두 기류가 혼재한다.
소위 강(强).온(穩)양론이다.원칙론 대 유화론,이상론 대 현실론이라고도 분류된다.최근 상황에 대한 분석과 대응에 대한 견해차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에대한 여권의 입장정리는 중요하다.정국의 향방뿐 아니라 여권내부의 역학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은 파업상황에 대한 인식차다.신한국당의 강삼재(姜三載)총장과 김형오(金炯旿)기조위원장등은“파업이 수습국면”이라고 보고있다.이상득(李相得)정책위의장도 이 그룹이다.파업규모와 강도가미미하다는 것이다.이는 민노총과 한국노총 지도 부의 장악력과 지도력 부족 때문이라고 본다.이들은 노동법의 재개정에 반대한다.영수회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청와대의 이원종(李源宗)정무수석과 당의 김철(金哲)대변인도 같은 의견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는 다른 견해가 이회창(李會昌)고문등이다.그는“여야영수회담이 필요하고 복수노조 유예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주장했다.조건부 재개정론이다.박찬종(朴燦鍾)고문도“만고불변의 당론은 없다”고 말해 유화론에 섰다.김윤환(金潤煥)고문 은“대화로 해결해야 하고,협상을 위해 법시행을 유보하자”고 말한다.
민주계 핵심 김덕룡(金德龍)의원까지 가세했다.“야당이 안을 내놓고 토론을 벌여 합의점을 찾으면 재개정할 수 있다”고 했다. 대선 예비후보중 절반이 당론과 다른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姜총장등을 원칙론자라고 하는 것은 노동법에 대한 이들의 인식에 근거한다.이들은“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했고,인기를 의식하지 않은 개혁조치”라고 강조한다.다소의 진통은 예상했다며골격유지를 고수한다.
그 반대를 현실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국민과 근로자가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주장 때문이다.朴고문은 “수렴해 풀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내에도 다소의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기자회견과 영수회담에 대해 김광일(金光一)비서실장은 찬성,이원종수석은 반대의견을 보였다고 한다.이홍구(李洪九)당대표의 경우 원칙론과 유화론의 중간쯤오서 유화론 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한가지 특징이 있다.당과 정부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인사들,즉 집행부는 대부분 원칙론이라는 점이다.특히 정책결정에 주도적으로 참가한 면면들이 그렇다.
유화론은 비(非)집행부쪽에서 주로 제기된다.이 때문에 여권의논란을 권력투쟁의 성격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협상론을 집행부에 대한 공세로 보는 것이다.정국의 고비마다 집행부에 대한 인책론과 인사를 통한 분위기 쇄신 주장이 제기됐던 것을 감안하면 근거가 없지 않다.
동시에 대선(大選)에 대한 득실계산의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여론과 지지율 관리,金대통령과의 거리,YS정부에 대한 세평(世評)진단의 차이,현집행부와의 친소(親疏)관계등이 각자 다르고 이것이 해법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논쟁이 공개적이고 대립적인 양상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전망이다.金대통령은 여전히 차기후보 지명에 관한 절대권한을 장악하고 있다.결국 주자들도 운신폭이 넓지 않다.그런 맥락에서 강.온 양측간의 논란 역시 선(線)을 넘기 어렵다 고 하겠다.

<김교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