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296 - 알은척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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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보면 관심을 갖고 서로 인사하며 지내자는 뜻으로 흔히 "아는 척(=체) 좀 해라"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이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이때에는 "알은척(=알은체) 좀 해라"로 말해야 옳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는 이러한 의미로 '알은척하다'보다 '아는 척하다'가 더 널리 쓰인다.

'알은척하다'와 '아는 척하다'는 서로 의미가 다른 말이다.

'알은척하다'는 "얼굴이 익은 사람 하나가 알은척하며 말을 걸어왔다" "다음에 만나면 알은척하지 않겠다"처럼 어떤 일에 관심을 가지는 듯한 태도를 보이거나 사람을 보고 인사하는 표정을 지을 때 쓴다.

반면 '아는 척하다'는 "알지도 못하면서 왜 아는 척하니?" "모르면서 아는 척하다가 망신만 당했다"와 같이 알지 못하면서 알고 있는 듯한 것처럼 꾸민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사람에게 "아는 척 좀 해라"라고 말을 하면 "잘난 척 좀 해라"라는 전혀 다른 뜻이 되고 만다.

한 가지 더 기억해 둘 것은 '알은척(알은체)하다'는 한 단어이고, '아는 척(체)하다'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알은척하다'는 '알은척'이라는 명사에 '-하다'가 붙어서 된 동사다. 보통의 경우 '알다'에 관형형 어미 '은'이 결합하면 '안'이 되는 것과 달리 '알은'으로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알은척(알은체)하다'가 한 단어로 굳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알은 척하다'처럼 띄어 쓰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사람을 만나면 '알은척하는' 습관을 기르고, '아는 척하는' 태도는 버리자.

한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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