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도>37.오케스트라-서울시향.KBS교향악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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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국내 교향악단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시향이 보유하고 있는 하프.실로폰.마림바.콘트라바순.베이스 클라리넷등 특수악기들은 소리가 나는 게 다행일 정도로 낡았다.
몇달동안 찢어진 자리에 테이프를 붙여 사용하던 큰북은 지난해말 송년음악회에서 결국 연주도중 터지고 말았다.
악기도 소모품이기 때문에 틈틈이 수리하고 적절한 시기에 새것으로 갈아야 하지만 악기구입이나 수리예산이 태부족해 그냥 방치해 두고 있다.
서울시향의 연간 예산은 20억여원.
그중 18억원이 단원들의 인건비로 충당되고 나머지 2억원으로외부 협연자및 객원지휘자 개런티,악보 복사비,악기 수리비등 공연예산으로 배정돼 있다.
시향 단원 1백명의 급여는 월평균 80만원에서 1백60만원선(상여금과 각종 수당 포함).
이같은 사정 때문에 서울시향은 KBS교향악단처럼 단원들에게 대학 교수겸직 금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 처지가 못된다.
단원들 대부분이 대학 출강과 개인 레슨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것은 KBS교향악단도 마찬가지다.
연습시간도 하루 두세 시간에 불과하고 과외 연습이 필요할 때도 단원들의 눈치를 봐야 할 정도다.
팝스콘서트 같은 인기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나면 정기연주회의 경우 유료 관객의 객석 점유율이 10%에도 못미치는 현실이고 보면 시민들이 내는 세금이 일부 음악인들과 극소수의 청중에게만 돌아간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길도 없다.
공무원처럼 관료화돼가는 서울시향 단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프로의식이다.
음대교수가 부럽지않은 음악적 자존심과 긍지를 회복해야 할 때다. 오케스트라는 그냥 놔둬도 저절로 커가는 단체가 아니다.
외국처럼 단원에 대한 처우도 능력있는 연주자들에게 충분한 대우를 해줄 수 있는 계약 연봉제로 해야 한다.
KBS교향악단의 경우 방송교향악단인지 아니면 한국을 대표하는교향악단인지 정체성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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