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두 도시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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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8세기 영국 작가 새뮤얼 존슨은 런던을 이렇게 예찬했다.“런던에 싫증을 느낀 사람은 세상에 싫증을 느낀 사람이다.왜냐하면 런던엔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 수도 런던은 인간적인 도시다.대도시들이 갖는 위압감.긴장감 같은 것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도심에 공원들이 많고 빌딩들도 그다지 높지 않다.아파트도 고층보다 4~5층 저층이 많으며,정원이 딸린 단독주택들이 많다.
세계 다른 도시들과 비교할 때 런던이 충실한 것은 공원과 박물관,그리고 교통수단이다.흔히 런던이라 부르는 대런던(Greater London)은 서울의 2.5배 면적에 인구 7백만명이산다.전체공간의 35%는 공원.녹지.운동장이 차 지한다.런던 시내엔 6개 공원,90개 골프장이 있다.가장 큰 리치먼드 파크는 9백55만평방나 된다.이밖에 수많은 크고 작은 광장이 있다.1인당 공원면적이 27.2평방로 서울의 5배다.또 공원들이 집 주변에 있어 자주 찾아간다.런던사 람들은 1주일에 한번은 공원에 나가 일광욕을 하거나 축구.크리켓 등 운동을 한다.
박물관은 거대한 대영박물관을 비롯해 자연사박물관.과학박물관.
빅토리아 앨버트박물관 등이 있어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방대한 유물들을 상시(常時)무료로 공개한다.이밖에 수많은 미술관.도서관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또 매년 여름 열리는 로열 앨버트홀의 유명한 프롬나드 콘서트를 비롯해 수많은 음악회,그리고 연극.영화를 큰돈 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다.
런던의 대중교통수단,특히 지하철과 전철망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다.1863년 세계 최초로 도입된 지하철은총3백92㎞에 달하며,전철과 연결돼 전국 어디든 쉽게 갈 수 있다.또 영국은 유럽에서 교통사고율이 가장 낮다 .우리나라는 매년 1만2천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지만,우리나라보다 자동차가 9배나 많은 영국은 5천명밖에 되지 않는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세계 30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도시경쟁력보고를 보면.삶의 질'면에서 서울은 꼴찌로 기록돼 있다.콘크리트 벽에 둘러싸인 거대한 공룡과 같은 도시,도시생활의 피곤함을 달랠 녹지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서울에 사는 시 민은 정신적으로도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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